[데스크 칼럼] 상식과 공정이 상식이 되는 사회를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상식과 공정이 상식이 되는 사회를 기대한다
  • 유은영 부국장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9.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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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필요에 따라 제정되고 효율성에 따라 개정돼와

기득권 편에 선 법은 행정당국이 나서 공정하게 고쳐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누구나 차별 없는 세상을 꿈꿀까?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그 차별로 인해 이득을 얻는 무리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벌써 문장에 꿈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가.

하지만 ‘만인에 평등하다’는 법(法)에 차별이 있다면 단순히 꿈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게 된다. 농산물 유통과 관련한 이야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서 도매시장이 들끓고 있다.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이 유통되는 거래제도인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서로 협조했다고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경매제에 속한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간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적발시 업무정지 15일에 처한다.

중도매인이나 시장도매인이나 소비지 유통업체를 상대하는 도매상이다. 없는 물건은 어디서 꿔서라도 줘야 거래처가 유지된다는 것은 누구라도 납득하는 상식이다. 이런 이유에서 중도매인이 모자란 품목을 시장도매인동에 가서 사서 납품했던 게 시장 개설 18년만에 처음 이뤄진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에서 드러났다.

법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법을 어긴 건 사실이지만, 이 사건은 법 위반보다 법을 어긴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만일 중도매인들이 없는 물건은 없다고 안 줬다면, 그리고 강서시장 안 모든 중도매인이 그랬다고 한다면 강서시장은 존재할 수 있을까?

2014년 중도매인간 거래를 전년도 총 거래금액의 20%까지는 허용하도록 법을 바꾼 일이 대답이 될 수 있다. 이전까지는 경매제 하의 같은 중도매인끼리도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법으로 금지했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게 유통인들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간 거래도 똑같이 열어줘야 한다.

도대체 누굴 위해 법이 편향된 걸까. 손가락은 중도매인에게 물건을 파는 경매회사(도매시장법인)를 가리킨다. 중도매인끼리야 어차피 경매회사에서 산 물건을 거래하니 손해볼 일이 없지만 다른 거래제도에서 산다면 자기 손님이 이탈된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악법을 고치라고 20년째 말해도 막대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행정당국을 설득해 법 개정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매년 시끄러운 쌀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도의 불균형성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RPC(미곡종합처리장)의 산물벼 도정 금지다.

농식품부는 RPC가 해마다 건조하지 않은 상태로 농가에서 사들이는 공공비축 산물벼를 굳이 정부양곡 도정공장으로 옮겨 도정하고 있다. 도정시설이라면 RPC가 도정공장보다 월등한데도 9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써 가면서까지 옮기는 것이다. 물론 정부양곡은 정부양곡 도정공장에서 도정하도록 법이 돼 있으니 법을 지키는 거라고 한다면 말이 된다. 하지만 이게 상식일지 여부를 놓고 보면 상식이라고 수긍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법과 제도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고쳐져 왔다. 법 제정의 목적은 하나의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거라 누구나 납득하도록 지극히 상식선에서 만들어졌다. 개정의 이유는 효율성이 되어야 한다. 변화한 현대사회에 구태의연한 법이 효과를 발휘할 리 없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와 생존하려는 자 사이에서 법 고칠 힘을 가진 행정당국이 상식을 공정하게 지킬 때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