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충격 흔들림 없이 식량주권 확보 중심 잡을 것”
“외부 충격 흔들림 없이 식량주권 확보 중심 잡을 것”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2.11.0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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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미2’ 단점 개선, ‘밀+바로미2’ 이모작 체계 연구
식량자급률 제고 ‘가루쌀‧콩‧밀’ 품종 개발 최선 다해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최근 이상기후와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쌀 가격이 하락하면서 쌀 수급조절을 위한 가루쌀 품종개발과 보급이 쌀산업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의 역할에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 9월 6일 부임한 서효원 식량과학원장의 횡보도 주목받고 있다.  

서 원장은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건국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로 시작해 화훼과장, 농산물안정성 부장, 청장 비서관, 농촌지원국장,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 식량안보 확보와 쌀 수급조절 등 어려운 시기에 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식량안보와 식량 주권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시기에 국립식량과학원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함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발령받은 고령지농업연구소가 속해 있는 국립식량과학원에 14년 만에 돌아오게 돼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상시화된 기상이변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식량 수급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장기적인 식량 위기는 식량안보를 넘어 식량주권 개념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국가가 식량 확보 체계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식량주권은 이제 국방, 외교 못지않게 국가 존립과 경쟁력의 필수요건이 됐습니다. 외부 충격에도 흔들림 없는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국립식량과학원이 중심을 잡고 밀, 콩 등 주요 작물의 자급률 제고와 가루쌀 활용 확대에 적극적인 기술 연구와 지원을 추진하겠습니다.

- 가루쌀 품종 등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국내 쌀 생산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으나 밥쌀 등 소비감소 속도가 빨라서 매년 수급 불균형의 구조적 공급과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루쌀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정부는 쌀 수급조절과 밀 자급률 제고를 위해 농식품부에서 가루쌀을 활용한 가공산업 활성화 사업을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수입 밀가루 수요 약 200만 톤 중 10%를 대체하기 위해 2027년에는 가루쌀 재배면적이 4.2만ha, 생산량은 20만 톤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농진청에서는 정책 지원을 위해 가루쌀 품종개발 및 보급, 재배법 개선, 가공기술 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루쌀 전용품종 ‘바로미2’의 단점인 저장성, 수발아, 수량성이 개선된 신품종을 육성 중입니다. 또 수발아 회피 등 ‘바로미2’ 안정생산을 위한 재배기술, 식량안보와 수량성 개선을 위한 ‘밀+바로미2’ 이모작 작부체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가루쌀 품질 유지를 위한 최적 저장조건 구명, 밀가루 대체 용도별 빵·과자류·면 등의 쌀가루 가공기술 개발하고 있습니다.

- 탄소중립을 위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식량과학원은 현재 논물관리와 토양관리, 신품종 개발 등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으며 농업현장에 보급해 실천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각 기술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논물관리 기술은 담수 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간물떼기 및 논물 얕게걸러대기 기술입니다. 최근 식량원은 농가실천 수용성이 높으면서 이행상황 점검을 쉽게 하기 위해 기준수위인 –15㎝ 이하일 때 관수하는 수위기반 간단관개(AWD)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소경운 이앙재배기술은 작물 재배 때 기존의 땅을 뒤집어 주는 경운을 최소 부분만 실천하는 기술입니다. 농기계 화석연료 소요량을 줄이고 토양 교란을 방지해 탄소저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무써레질 이앙재배기술은 써레질 과정을 생략해 균평 후 담수해 이앙하는 재배기술로서 최소경운과 비슷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화학비료를 적게 주고도 현재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또한 메탄가스 방출이 줄어든 벼 신품종을 육종하는 것으로 2026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밀 품종 개발과 보급 현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1990년대 이후 개발된 밀 주요 품종 수는 35개로, 현재 정부 보급종은 금강, 새금강, 조경, 백강 등 4개 품종이며, 2012년 이후 개발된 신품종으로 보급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기존의 생산성과 품질이 낮은 재배품종을 고품질의 신품종으로 신속히 대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과 재배 안전성이 높고 품질이 더욱 우수한 품종을 지속해서 개발해 현장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면용 밀의 경우 재배 안정성이 높고 생산량이 많은 신품종 ‘새금강’을 신속하게 확대, 보급할 예정입니다. 또 빵용은 반죽이 잘 부풀고 식감이 부드러운 ‘백강’으로 우선 대체하고, 2024년부터는 고단백질인 ‘황금알’을 보급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품종 개발과 관련해 국수의 식감을 더 좋게 하도록 아밀로스 함량을 낮춘 면용 품종과 단백질이 13% 이상인 강력분 빵용 품종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건강 기능성 밀 품종인 알레르기 저감 ‘오프리’는 미국과 중국에 국제특허 등록이 완료됐으며, 현재 국내 밀 알레르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색 밀 ‘아리흑’은 17개 업체에 기술이전 돼 통밀쌀, 통밀빵 등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현재 재배면적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추진 중인 내용이 있다면.

현재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수입 밀을 대체할 쌀가루 전용 품종(바로미2)의 안정적 재배‧보급과 밀‧콩 품종개발‧보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로미2 원료곡의 안정생산을 위해 수발아 둔감형·저장성 향상 품종개발, 민간·지자체 연계 생산단지 확대 등 품종개발‧보급할 계획입니다. 또 대량제분, 용도별 가공적성 연구, 시장 확대를 위한 협의체 운영 등 현장 활용성 증대를 위한 가공적성‧소재화 기술개발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밀의 경우 면‧빵 등 용도별 고품질 품종개발·보급과 밀 중심 이모작 작부체계 확대, 전문생산단지 품질·생산성 향상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식량원에서는 밀 전문생산단지(51개소)를 중심으로 재배기술, DB관리, 수익성 분석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콩은 논 재배·이모작을 통한 재배면적 확대와 논 기계화 재배에 적합한 다수성 신품종으로 지속 대체 및 초다수성 품종, 논콩 생산단지 최적 모델 등 재배기술 개발·보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현재 쌀값 하락으로 어려운 쌀 생산농가에 한 말씀.

대한민국 농산업 발전에 공헌해 온 쌀전업농 여러분의 성과와 노력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불안정한 국내외 상황으로 국내 농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영농철을 맞이해 가을걷이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실 것으로 압니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자 농가의 주 소득원이며, 쌀산업은 우리나라 식량자원의 근원이자 기반입니다. 그러나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국내 쌀 소비량은 매우 빠른 속도로 줄고 있으며 매년 수급 불균형의 구조적 공급과잉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쌀가루 활성화 산업 등 우리 쌀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 국립식량과학원에서도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해 관련 연구 개발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은 그동안 수많은 역경과 도전을 겪으며 성숙해왔고 발전해 왔습니다. 그 이면에는 쌀 산업 발전의 일익을 담당해 오신 여러분이 계신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 또다시 어려운 길을 걷고 있지만 전문 농업인들이 만들어온 한국 농업의 역사와 저력을 기억하며,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국립식량과학원도 어려움 극복에 동참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