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철새 유입 늘어 확산세 가팔라
고병원성 AI, 철새 유입 늘어 확산세 가팔라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2.11.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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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가금농장 확진…84만마리 살처분
재입식 까다롭고 보상금 삭감 피해 우려
지난달 17일 예천군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진됐다. (사진 출처=예천군)
지난달 17일 예천군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진됐다. (사진 출처=예천군)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감염 속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금류 사육 농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매년 찬바람이 불면 발생해온 AI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2주나 빨리 확진 사례가 나왔다. 확산 속도도 가파른 양상을 띠면서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전국 12개 가금농장에서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7일 경북 예천 종오리 농장을 시작으로 충북 청주·진천, 전북 순창, 충남 천안 등에서 발생했다. 가장 최근 발생은 지난 12일 충북 청주 육용오리 농장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살처분 한 가금류는 총 84여만마리로 종오리와 육용오리 등 오리 9만4000마리, 메추리 50만마리, 산란계 15만마리 포함 닭이 24만마리에 달한다. 특히 충북지역은 청주 6개소, 진천과 충주 각 1개소 등 8개소에서 발생해 가장 많은 78만8000마리의 가금류 살처분이 이뤄져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철새 유입 12월 확산세 가속 우려
방역당국은 이번 AI의 확산세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선 국내 발생이 지난해보다 2주 빠른 데다 확진 건수도 지난해 3건에서 12건으로 4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다 올해는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철새가 늘어났으며, 유럽에서 AI 발생 건수도 지난해보다 8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우리나라 철새가 주요 번식지인 시베리아 등에서 교차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국내로 들어오는 만큼 철새로 인한 바이러스가 전국에 만연해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 11일 전남 강진만 생태공원 내 야생조류 폐사체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에 준하는 선제적 방역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철새들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12월이 되면 확산세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금농장, 자체 방역 강도 최고조 
농식품부도 지난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해외에서 고병원성 AI가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어 겨울 철새에 의한 국내유입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AI는 조류의 급성 전염병으로 닭‧칠면조‧오리 등 가금류에서 피해가 심하게 나타난다. 그중 고병원성은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도 위험도가 높아 관리대상 질병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닭이나 칠면조는 100%에 가깝게 폐사한다.

농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금 농장의 자체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식품부는 특별방역대책기간 동안 가금 농장에서 준수해야 할 방역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농가에서 지켜야 할 행정명령만 10건에 달하고 준수해야 할 방역기준도 6건 등으로 까다롭다.

특히 방역을 위한 행정명령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또 방역기준을 충족 못 할 시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함께 AI 발생 시 살처분 보상금이 삭감된다.

과도한 지침…농가 2차 피해 막아야
양계협회와 산란계협회, 오리협회 등 관련단체들은 AI 피해 예방을 위해 농가에서 스스로 방역기준을 잘 지키고 있지만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과도한 방역지침 여파에 따른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겨울 AI 발생으로 100개가 넘는 농장에서 약 2000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금류가 살처분돼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고 해도 대부분의 농가가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봤다. 특히 재입식이 까다롭고 방역 위반을 이유로 보상금이 삭감되는 등 폐업으로 내몰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