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가루쌀 재배 장점 많지만…"신중히 따져보고 시작해야"
[신년 특집] 가루쌀 재배 장점 많지만…"신중히 따져보고 시작해야"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1.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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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뜨는 키워드① '가루쌀'
최남훈 장인명품 대표 인터뷰
출수기 늦춰 수발아 대비 
육묘 땐 차광·통풍 관리 
파종량·재식주수 신경 써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필수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올해 벼 생산 현장은 수급불균형, 가격 하락 등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있다. 빻으면 바로 가루가 되는 가루쌀(분질미)을 필두로 한 전략작물직불 제도가 새롭게 농촌 현장에 나타나면서다. 가루쌀과 밀, 콩, 조사료 등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벼 생산 농가들의 관심이 크다.

지난해 전북 김제에서 가루쌀 채종포를 운영한 최남훈 장인명품 대표는 가루쌀을 “현재 수도작 분야에서 정말 매력적인 작물”이라고 평가했다. 타작물이 아닌 ‘쌀’을 재배하고도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10여년 만에 시행되고 있는 점도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 대표는 가루쌀은 일반적인 쌀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루쌀 재배는 농가에 충분히 이점이 있지만, 마냥 쉽게만 봐서는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관행재배와 다른 점을 충분히 알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남훈 장인명품 대표

-올해 가루쌀 작황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계약해 올해 처음 채종용 가루쌀(분질미, 품종명 바로미2)을 재배했다. 작목반을 꾸려 지난해 6월 29일부터 10월 15일까지 총 6㏊ 면적에 가루쌀을 재배했고, 약 40톤가량의 종자를 생산했다. 크게 기상이변이 없었던 터라 전체적인 작황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현장에선 가루쌀의 수발아에 대해 걱정이 많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발아가 일각에서 우려하는 만큼 가루쌀 재배 과정의 치명적인 위협 요소는 아니다. 

가루쌀이 다른 벼 품종보다 수발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령 가루쌀에서 수발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후 조건이 만들어졌다면, 전북 지역에서 대부분 재배하는 신동진 품종에서도 수발아가 나타난다. 수발아 진행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루쌀만 유독 수발아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수발아가 걱정돼 농사를 짓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벼 수확기인 10월 중순 야간 온도가 높고, 비가 잦으면 대부분 벼 품종에서 수발아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가루쌀도 그렇고, 신동진도 마찬가지다. 수발아 때문에 가루쌀 재배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수발아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수발아를 피해 갈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작기를 조절하면 된다. 기후 조건은 농업인이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니, 수발아가 발생할 수 있는 시기를 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벼 출수기(이삭패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 출수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이앙 시기를 늦게 잡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보통 가루쌀은 6월 말부터 7월 초가 이앙 적기다. 

-육묘의 어려움도 자주 언급된다.

가루쌀 이앙 적기에 맞추려면 6월 20일경에 육묘가 이뤄져야 한다. 즉 한창 더운 시기에 육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며칠만 그냥 둬도 모가 웃자랄 수 있는 위험도 있다.

특히 고온기에 육묘하는 탓에 벼 뿌리 매트 형성도 쉽게 불량해질 수 있다. 지상부 키는 쑥쑥 자랐는데, 뿌리 형성이 형편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는 육묘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육묘 최초 1~3일 정도만 차광막을 씌워놓고, 이후에는 걷어 놓는 게 중요하다. 특히 고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통풍도 잘 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올해 우리 작목반에서는 사방이 뚫려 있고 천장에만 차광막이 있는 열린 공간에서 육묘했다. 수분은 모판의 모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으로만 주면 된다. 

일반 벼를 재배할 때처럼 그냥 물만 주면 알아서 잘 자란다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고온기 육묘이기 때문에 일반 육묘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육묘하는 기간인 열흘 정도는 자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파종량도 신경 써야 한다고.

파종량은 육묘 상자당 200g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작목반 농가들을 대상으로 재식주수를 달리해 결과를 살펴보니, 상자당 200g씩 120상자로 80~85주씩 이앙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생산량을 낼 수 있었다.

특히 모판 120상자를 맞추는 일이 중요한데, 올해 생산을 앞둔 농가에서는 이를 지키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농가에서 재배를 희망하고 있으니, 농가에 돌아가는 가루쌀 종자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일반 벼 파종할 때처럼 파종량을 넉넉히 잡아놓고 모판을 찍어낼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 우리 작목반에서 올해 재배한 결과를 따져보니, 한 필지당 120상자에서 85주로 이앙했을 때와 105상자에서 70주로 했을 때 수량 차이가 500㎏ 이상 벌어졌다. 

상자당 200g씩 파종할 때 120상자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농가에서는 누구보다 잘 알 거다.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재식주수를 지키지 못하면 처음부터 충분한 생산량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종자 자체가 일반 벼보다 가벼워 도복(벼 쓰러짐)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반 벼와 달리 품질은 단백질 함량과 관련이 없으므로 질소질 비료를 충분히 줘도 좋다. 

관행재배에서는 밥맛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알거름을 주지 않지만, 가루쌀 재배에서는 생육 상황에 따라 알거름을 추가로 시비해도 괜찮다. 지난해 우리 작목반에서 수량을 가장 많이 낸 농가 모두 알거름을 시비했다. 

방제는 기존에 사용하는 약제를 사용하면 되고, 적기 방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확 후에는 반드시 수분 14% 수준으로 당일 건조를 해야 한다. 가루쌀은 일반 벼와 달리 곰팡이 등에 더 취약해 건조를 지체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꼭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고온기 육묘 관리와 파종량, 이 두 가지를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가루쌀 재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일반 벼와 달리 주의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성공적인 가루쌀 재배는 이 두 가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전략작물직불 제도로 가루쌀 재배는 벼 생산 농업인의 농가경영에 청신호를 줄 수 있는 오랜만에 찾아온 호재라고 생각한다. 가루쌀 재배에 성공한다면 충분히 농가에서 큰 소득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작물인 셈이다. 

다만, 확실히 일반 벼와 달리 섬세하게 신경 써서 재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를 간과하고 재배하게 된다면 일반 벼를 재배했을 때보다 못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선택은 농업인 개개인의 몫이지만, 설령 재배에 실패하더라도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작해보는 걸 권하고 싶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은 반드시 가입하는 게 좋다. 수발아의 위험 등 재배 과정에서 일반 벼와 다른 점이 있으니 재배에 실패했을 때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험은 필수다.

 

[가루쌀 재배, 이것만은 꼭]
고온기 육묘 조심 또 조심

농촌진흥청에서는 농가에서 일반 벼와 다른 가루쌀(분질미, 품종명 바로미2) 재배에 성공하기 위해 가루쌀 특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한 재배 매뉴얼을 따라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육묘 과정에서 농가가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을 소개한다. 

농진청의 매뉴얼에 따르면, 바로미2는 6월 상·중순에 못자리가 마련되므로 저온보다는 고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에 하우스를 이용하는 공동육묘장과 평면 못자리는 철저한 통풍 관리로 25℃ 이하를 유지해 모가 웃자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선반 육묘는 고온 시 도장 우려가 있으므로 바닥(평면) 육묘를 할 것을 권장한다. 

또 육묘기가 고온이므로 육묘 일수는 짧게, 파종량은 어린 모 수준이 적절하다. 고온에 의해 생육 속도가 빨라 육묘 일수가 길면 생육장해가 발생할 수 있어, 육묘 기간은 8~12일이 이앙하기 적합하다. 파종량은 적정한 매트 형성을 위해 상자당 9050립(200g) 수준으로 한다. 

파종 후 싹 틔우기 때엔 볍씨 70~80% 이상이 1~2㎜ 정도 싹이 나면 육묘 상자에 파종하고, 경량·준중량 상토를 사용하면 모 출현이 불량하므로 중량상토를 사용한다.

한편, 농진청은 이달 중순 이후 가루쌀 재배 매뉴얼을 완성하고, 가루쌀 생산단지 등에 보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