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까지 한우 공급과잉…농가 경영악화 가속화
2024년까지 한우 공급과잉…농가 경영악화 가속화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3.01.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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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사육 355만7000마리 역대 최대치 갱신
사전 수급조절 동참…도‧소매가격 연동 시급
농협, 하나로마트 등 가격연동·할인 판매 나서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한우 산지가격 폭락과 한우고기 소비둔화로 한우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사료 가격은 지난 1년간 24% 이상 인상돼 생산비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다. 산지 가축시장에서는 송아지 한 마리에 200만 원이 채 되지 않아 사육을 포기한다는 농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이에 대해 2013년 소값 파동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생산비 급등으로 인한 농가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지적했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30개월령 한우를 출하하면 도체중 450kg 기준 거세우 1등급이 700만원 수준이지만 생산비는 1070만원에 달해 37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 고시에 따르면 한우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지난 2일 ㎏당 1만422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226원에 비해 22% 하락했다. 이처럼 한우 가격이 낮아진 것은 한우 공급은 늘어난 반면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한우 소비 심리 위축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한우 사육 마릿수 증가로 2024년까지 도축 마릿수는 100만 마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에 한우고기 도매가격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KREI이 지난달 2일 발간한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에 따르면 한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355만7000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선제적 암소 비육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2024년 공급과잉으로 도매가격 약세가 지속 되면서 농가 경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암소 감축 시 사육 마릿수 증가세는 전망치보다 둔화할 수 있지만 누적된 입식 마릿수 영향으로 최소 2023년까지 사육 마릿수 증가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암소 비육지원 사업 약정 이행 및 농가의 자율적 수급조절 상황에 따라 사육 마릿수 정점은 2024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한우 도매가격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 경기침체 우려로 한우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우 소비가 소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본다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거시지표 상황에서는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KREI의 의견이다. 특히 해외여행 수요 증가 등 한우고기 수요층이 이탈하는 경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진정세로 한우 수요 감소
KREI는 또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해외여행 및 등교 제한 등으로 야외 활동에 제약,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집밥 수요가 늘어 가정 내 한우고기 구매량은 2021년까지 16.6kg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KREI는 국민지원금 지급 등으로 가처분 소득 증가를 한우고기 소비량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2020년 5월 전 국민 대상으로 지급된 1차 긴급 재난지원금 규모는 14조2357억원, 2021년 9월 지급된 5차 국민지원금 규모는 10조7565억원이었다. 이러한 지원금은 주로 식료품 소비에 사용됐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2022년 1∼9월 가정 내 한우고기와 수입 소고기 구매량은 2021년 동기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한우 구매량은 12kg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등급 이하 가격 하락 폭 더 커
코로나 시기에도 강세를 보였던 한우고기 도매가격은 2022년 들어 공급물량 증가와 수요 둔화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KREI는 통상 한우고기 도매가격 상승국면에서 1등급 이상 고급육과 2등급 이하 가격 격차는 크지 않은 모습을 보이나, 하락국면에서는 고급육 가격이 2등급 이하보다 가격 하락 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한우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한우고기에 대한 가정 내 소비 감소와 등급판정 마릿수 증가로 지난해 대비 11.0% 하락한 kg당 1만8898원이다. 등급별로는 ▲1++등급은 지난해 대비 8.0% 하락 2만3035원 ▲1+등급 10.1% 하락 2만149원 ▲1등급 12.5% 하락 1만8218원 ▲2등급 15.6% 하락 1만 4350원 ▲3등급 22.3% 하락 1만253원으로 전체적으로 하향세를 보였다.

도매가격 약세, 송아지 입식 줄어
한우고기 도매가격 하락,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입식 의향 감소해 송아지 가격도 하락했다. 지난 10월 수송아지 평균 가격(6∼7개월령)은 전년 동월 대비 16.4% 하락한 390만원이었으며, 암송아지 가격은 28.0% 하락한 269만원에 거래됐다. KREI는 송아지 가격 하락은 사료 가격 상승 및 도매가격 약세로 송아지 입식 의향이 낮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농경연은 한우 가격 하락 원인으로 ▲사육 마릿수 증가에 따른 도축 증가 ▲2022년 10월 기준 한우 재고량 지난해 대비 83.3% 증가 ▲배합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입식‧번식 의향 감소 ▲금리 추가 인상‧물가 상승으로 인한 한우 소비 감소 등을 제시했다.

한우농가 사전 수급조절 동참 필요
농경연은 한우 가격이 도축(국내 생산)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한우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사전 수급조절 동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우고기 가격이 하락국면에 진입하므로 저능력 암소 도태와 계획 출하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농가 경영의 변동성을 줄이고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완화 시킬 수 있는 수요 촉진 방안도 언급했다. 온라인 시장 확대 등 소비 패턴 변화와 소비 채널 다양화로 한우고기 소비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소비 촉진 행사를 추진해 소비 이탈을 방지하고 신규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급식, 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원료육을 한우로 대체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우협회, 소비자가격 연동 촉구
전국한우협회를 필두로 한우업계는 한우 가격 하락과 소비둔화 등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우협회는 우선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는 솟값 안정화를 위해 도‧소매가격 연동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군 급식 한우 암소 추가 공급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도‧소매가격의 연동의 필요성은 한우정책연구소 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월 한우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27.2%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등심 1등급 기준)은 8.5%에 그쳤다. 특히 가격 상승기는 도매가격 상승분을 소매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반면, 가격 하락기는 소매가격 반영이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우협회는 가격 하락기에 대형마트의 가격 연동성 제고를 촉구하고 영향력 있는 농협의 판매 채널을 통한 소매가격 인하 선도가 필요한 만큼 농‧축협 계통 매장 등에서 권장 판매가격 제시 및 가격연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했다.            

협회는 이를 위해 지난 2일 안병우 농협축산경제 대표와 조합장협의회, 한우협회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공동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이날 “한우고기 소비 확대와 가격안정을 위한 농축협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연동성을 강화해 매장에서 적정 소비자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를 당부한다”라고 밝혔다. 

농협, 연동제 도입과 할인 판매 강화
한우협회와 농협의 회의 이후 농협 경제지주 축산경제는 지난 9일 한우 도소매 가격 연동제를 강화하고 소비촉진 할인행사에 적극 동참한다고 밝혔다. 농협 13일부터 한우자조금과 공동으로 ‘설맞이 한우 할인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농협은 또 2월에 전국 300여 개 판매장에서 불고기와 국거리를 최대 50% 할인해 판매하는 ‘한우 반값 할인행사와 암소 할인 판매’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전국 130여 개 농·축협 및 하나로유통 통합공급 매장에 가격연동제를 도입하고 축산물을 취급하는 전국 1500여 개 농·축협 하나로마트에서도 권장 판매가격을 주기적으로 제시해 도소매 가격 연동제 참여를 적극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도 지난 9일 설을 맞아 파격적인 명절 한우선물세트 할인행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우협회는 한우 도매가격과 연동해 보다 저렴하고 실속있는 구성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9~13일 열리는 ‘2023년 설맞이 온라인 한우장터’에서 한우를 작년 같은 행사 때보다 최대 33% 저렴하게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