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세계인의 건강을 챙겨 준 고마운 퀴노아
[전문가 칼럼] 세계인의 건강을 챙겨 준 고마운 퀴노아
  • 손황배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3.01.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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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황배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손황배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곡물이 자라는 밭’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정경을 떠올릴까. 부드러운 흙이 있고, 잡초가 없고, 관수시설 등으로 잘 정비된 곳…… 뭐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하지만 실제 곡물 중엔 절대 곡물이 자라지 못할 것 같은 곳에만 뿌리를 내리는 것들이 있다. 퀴노아가 대표적이다. 어떻게 그런 곳까지 씨가 닿았는지 안데스 산지의 사시사철 바람만 불고 물이라곤 빗물밖에 없는 척박한 곳에서 자란다. 명아주가 퀴노아와 같은 속(屬, Genus)인데,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도 이런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퀴노아가 척박한 곳에서 잘 자란다는 장점과 함께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최근까지 페루에서는 ‘가난뱅이 중 가난뱅이’만 먹는 곡물로 천대받다가 퀴노아의 영양학적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퀴노아는 다른 곡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탄수화물은 적으면서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의 영양소는 풍부하다. 퀴노아의 단백질(14∼17%) 함량이 높은데, 단백질의 생물학적 가치(신체에 흡수되는 단백질의 비율을 나타냄)가 매우 높아(73%) 소고기(74%)와 유사하다. 이는 쌀(56%), 밀(49%), 옥수수(36%)보다 높다. 특히, 곡물이나 두류에서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과 메티오닌 등의 필수 아미노산의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적인 균형이 매우 우수하다. 이러한 이유로 퀴노아는 곡류 중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다.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가 쉬운 퀴노아의 장점으로 이유식은 물론 성장기 어린이와 노약자의 식사로 이용할 때 퀴노아를 이용할 수 있다. 퀴노아는 단백질 함량이 높기 때문에 퀴노아를 이용한 식단은 채식주의자 및 채식주의자와 같이 특정한 식이 요구 사항이나 제한 사항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익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퀴노아에 관한 관심을 가질 정도다. 또한, 퀴노아는 글루텐이 없는 식품으로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셀리악병 환자들에도 좋은 식품이다. 

오늘날 퀴노아는 독특한 영양가로 인해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과 다이어트식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시중에는 퀴노아로 만든 제품이 많아 식단에 쉽게 도입할 수 있다. 또한 쌀을 대체하거나 수프, 샐러드에 추가하여 먹을 수도 있다. 퀴노아 가루는 타피오카, 수수, 감자 전분을 이용하여 글루텐이 없는 베이킹 믹스로 만들어 밀가루를 대체해 빵과 페이스트리를 만들 수 있다. 부드러운 질감의 퀴노아 플레이크는 시리얼, 팬케이크, 와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아침 식사로도 이용 가능하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들은 잡곡처럼 쌀과 함께 밥을 짓거나 죽처럼 끓여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퀴노아는 가열하면 열에 약한 비타민과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잡곡밥이 아닌 다양하게 즐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내 퀴노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퀴노아 육종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유전자원을 창출하였으며, 현재는 생물학적 활성 및 농업형질을 조사하고 있다. 이중 유망 계통에 대해서는 식물 특허를 출원하여 국내 퀴노아 재배 농가에서 조속히 우리가 개발한 퀴노아를 재배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향후 개발된 퀴노아 자원들을 이용하여 유익한 생물학적 특성과 관련된 심도 있는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게 되면 식품 및 화장품 산업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있어 주요한 소재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랜 시간 끈질긴 생명력으로 안데스 산지에서 살아오다 결국엔 그 값어치를 발휘해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되는 퀴노아. 그 모습이 얼마나 위대하고 멋진가.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 안에는 과연 기나긴 시간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그렇게 노력해 온 무언가가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