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퍽퍽해진 농가 살림살이
[기자수첩 米적米적] 퍽퍽해진 농가 살림살이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2.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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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중 기자

“농사가 잘되는 해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법. 가격도 좋을 때가 있어 호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게 느껴지는 때가 있으면, 제값 받지 못해 속상할 때도 있는 거지.”

이는 대봉감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이 기자에게 전해준 농사 철학이다.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말 뒤에는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은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 해 공들여 거둬들인 농산물이 제값 받고 나가기 위해서 그저 올바르게 농사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이 철학 속에서 자란 대봉감의 지난해 가격은 전년에 비해 떨어졌다. 

최근에는 ‘물가 잡다가 농민 잡는다’라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해 소고기, 마늘, 양파 등 농축산물이 관세가 없어지거나 낮아진 채로 국내로 대거 들어왔다.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낮춰준다는 이유였으나, 반대로 농민들의 호주머니는 얇아졌다.

할당관세 위주로 짜인 물가안정 대책들은 실제로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빗발쳤고, 오히려 농자재·면세유·전기요금 가격 등 인상으로 농업생산비가 크게 올라 부채에 허덕이는 농가들의 숨통만 조여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최근 통계청의 ‘2022년 농가 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판매가격지수는 125.7로 전년보다 2.3% 하락했다. 특히 곡물이 12.1%, 축산물이 5.2% 하락하는 등 큰 폭으로 줄었다. 반대로 농가구입가격지수는 125.2로, 전년 대비 12.7% 상승했다. 재료비(32.2%), 경비(19.9%), 가계용품(4.8%), 노무비(13%) 등이 오른 탓이다. 종합적으로 농가의 채산성을 나타내는 농가교역조건지수는 100.4로 전년보다 13.4%나 하락하면서, 농가 살림살이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 농가는 그저 묵묵히 농사를 짓고 있다. 앞선 대봉감 농가처럼 가격이 받쳐주지 못해 속상하더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물가안정이라는 명분 속에 농민은 소외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묵묵히 농사일에 전념하는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기 위한 수급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