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베타글루칸이 풍부한 보리로 혈당 잡으세요!
[전문가 칼럼] 베타글루칸이 풍부한 보리로 혈당 잡으세요!
  • 박슬기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사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3.02.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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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사

누구나 학창 시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시험을 치르고 난 후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눈앞에 달콤하고 고소한 쿠키와 신선한 오이 간식이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 대부분은 쿠키를 선호할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이미 경험적으로, 쿠키를 먹었을 때 에너지원으로 바로 사용 가능한 ‘탄수화물’과 ‘설탕’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당충전’이다.

당충전은 우리에게 빠른 피로회복과 더불어 달콤한 맛을 제공하는 이점이 있지만, ‘혈당 스파이크’라는 무서운 함정이 숨어있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후 체내 혈당수치가 급격히 치솟는 현상이며 당류, 정제된 탄수화물이 많은 식사, 신체 활동 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혈당 스파이크는 우리 신체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며, 특히 혈당 조절 기관인 췌장의 기능을 저해한다.

혈당 스파이크는 주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므로, 평소의 식생활을 조절함으로써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한 끼 이상을 외식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에게 꾸준한 식습관 관리 및 개선은 쉽지 않다. 혈당 관리를 위해 평소 식단과 영향 균형을 고려하여 메뉴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하루 한끼 식사에 ‘보리밥’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탄수화물 식품의 혈당을 표시한 수치를 GI(Glycemic Index: 당지수)라고 한다. 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가는지 수치로 비교한 것인데 GI지수가 낮을수록 혈당 수치가 좋다고 할 수 있다. 곡류별 GI지수는 품종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쌀 84, 현미 56, 귀리 55, 보리 50으로 곡물류 중 보리가 가장 낮다. 

보리를 먹었을 때 포만감을 충분히 주면서 혈당은 천천히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베타글루칸이다. 베타글루칸은 포도당이 여러 개 결합되어 있는 다당류로 전분과 비슷하지만 가지사슬 구조가 달라 일반 전분과는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흡수되는 것을 저해시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분을 감싸고 있는 베타글루칸이 물에 녹으면 점도가 높아져 분해되는 시간이 오래 걸려 혈당이 천천히 오르게 되고 지방의 흡수를 저해하며, 장 청소와 같은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와 변비 해소에 좋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2015년 개발한 ‘베타원’은 베타글루칸 성분 함량이 12%로, 일반 보리가 5~7%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품종이다. 국립식량과학원은 2022년 베타글루칸 함량을 14%로 높이고, ‘베타원’의 쓰러짐과 늦은 성숙기를 개선한 보리 신품종을 개발해 2024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베타글루칸은 열에 강한 성질이 있어서 보리밥뿐만 아니라 보리국수, 보리빵, 보리음료, 새싹보리, 보리 선식 등 다양한 가공식품의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 베타글루칸 함량이 높고 맛도 좋은 보리 품종 및 식품들이 개발돼 보리 재배면적 및 식품시장이 커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