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생존 위기 꿀벌, 생태계가 위험하다
[기자수첩 米적米적] 생존 위기 꿀벌, 생태계가 위험하다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3.03.2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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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기자

꽃이 열매를 맺는데 필요한 수분을 옮겨주는 꿀벌이 사라져 농사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꿀벌 집단 실종‧폐사 현상이 벌어지면서 경고음이 커진 상황이다. 가장 처음으로 꿀벌 실종 현상이 발견된 미국에서는 이 현상을 군집붕괴현상(CDD, 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고 불렀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부터 꿀벌 집단 폐사가 나타났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2021~22년 동절기 월동 중 피해를 본 꿀벌은 약 269만 봉군(2021년 12월 기준) 중 약 40만 봉군(80억 마리)로 조사됐다. CDD의 원인은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상기후와 환경의 변화로 인한 병해충 증가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 농촌진흥청에서도 국내 꿀벌 피해 원인은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9~10월에 저온현상이 발생해 꿀벌이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못해 봉군이 약화되 피해가 커졌다. 농진청은 월동 중이던 일벌들이 화분 채집 등의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됐고 외부기온이 낮아지면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이변으로 꿀벌이 줄어들게 되면 벌꿀 생산을 넘어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양봉이 시작되기 전부터 꿀벌은 화분매개곤충으로 식물의 번식과 종 보존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곤충에 가장 의존하는 충매화식물의 경우 꿀벌 개체 수가 줄면 종의 대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

꿀벌의 실종은 농업에도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양봉산업의 경제적 가치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화분매개에 의한 농작물의 결실 효과로 벌꿀과 밀랍을 생산해 얻는 이익보다 높게 평가돼왔다. 국내에서 야생 방화 곤충이 감소함에 따라 과채‧과수 농가에서는 꿀벌 화분매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꿀벌의 생존 위기는 인간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단순히 한 종의 감소에 지나지 않고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꿀벌을 지키기 위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