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말이 전도된 양곡법 개정
[사설] 본말이 전도된 양곡법 개정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03.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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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은 재의 요구(거부권)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 내용을 떠나 개정 과정에서 과연 정치권은 농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반영했는지를 묻고 싶다.

양곡법은 쌀 수급 조절을 통해 국민에게는 안정적인 쌀을 공급하고, 국민의 주곡을 생산하는 농가에게는 지속가능한 생산비를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쌀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특정품목 수급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농산물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 수급 조절을 하고 있다. 배추, 무, 양파 등 해마다 가격 폭락 폭등이 반복되는 품목도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특별법을 만들지 않지만, 쌀은 국가가 관리한다는 명목 아래 양곡관리법을 만들었다.

양곡관리법 개정의 발단은 2021년 양곡법 조항을 운운하며 시장격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다. 당시 집권 여당은 민주당이었다. 그로 인해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쌀 수급에 대한 근본적 해결보다는 ‘시장격리 의무화’만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양곡법의 치명적 약점은 시장격리 재량권보다는 쌀값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농민단체가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는 외면한 채 격리 의무화만 내세웠고, 이를 통해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립각만을 세웠다.

양곡법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대립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2차 중재안까지 김진표 의장이 발표했지만, 이는 민주당도 받을 수 없는 내용이었고 결국 1차 중재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진표 의장의 중재안은 농민의 의견 수렴은 전혀 없었고, 정쟁을 해소하기 위한 중재안이 되어 버렸다. 특히 2차 중재안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누구를 위한 양곡법인지 알 수가 없게 돼 버렸기 때문이다.

농민을 위한 양곡법 개정이 아니라 정치권의 정쟁이 돼버린 양곡법 개정 과정은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양곡법 개정안은 폐기돼 버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농민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차라리 폐기처분하고 농가들 의견을 수렴해 새롭게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