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상 임원 겸직금지 조항 두고 '시끌'
농협법상 임원 겸직금지 조항 두고 '시끌'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4.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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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업관계 문제로 피선거권 제한 주장
애매한 농협법, 명확한 기준 필요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지난 3월 8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이후 농협법상 임원의 겸직금지와 이에 따른 피선거권 제한 조항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당선인에 대한 당선무효 등 법정 공방까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전남 장성의 한 농협에서 시작됐다. 해당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한 후보자가 당선인과 해당 농협을 상대로 당선무효확인 소송과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면서다. 

소송의 이유는 농협법 제52조와 해당 농협 정관에 따라 경업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후보가 선거에 출마했다는 것이다. 

농협법 제52조 4항에 따르면, 지역농협의 사업과 실질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을 경영하거나 이에 종사하는 사람은 지역농협 임직원 및 대의원이 될 수 없다. 또 해당 농협 정관에서는 후보자 등록전일까지 농협법 제52조 4항에서 정한 경업관계를 해소하지 않은 사람은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현 당선인)가 농업회사법인 대표이사 등 임원직을 후보등록 당시에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게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농협에서 임원직 사직서 등이 아닌 ‘비경업관계 사실 확인 각서’만 받고, 비경업관계 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준 사실도 확인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해당 농협은 몇 차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선거 이틀 전인 3월 6일에서야 다시 후보자 적격 판정을 냈다.

현장에서는 법률상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법 제52조 4항의 ‘지역농협의 사업과 실질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이라는 내용이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다. 

전남 장성의 한 농업인은 “농촌의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등은 대부분 지역 내 농사일을 위탁받고 있다. 일손이 부족하니 지역농협의 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법인들이 모두 농협과 경쟁 관계에 있다고 한다면, 조합장 선거에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질적인 경쟁 관계라는 기준도 모호할뿐더러, 이를 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 투성이다.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방법으로 쓰일 소지도 다분하다”며 “현장에 판단을 떠넘기기 전에 법 개정 등을 통해 명확한 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는 모든 경우에 대한 지침이 마련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관계자는 “전국 지역농협에서 각각 수행하는 사업이 워낙 많고, 취급하는 품목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를 모두 경쟁 관계 사업이라는 내용으로 법률에 명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일률적으로 모든 사업을 법률에 정해놓는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실질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을 시행령에 17가지 정해놨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조합에서 이사회를 열고 판단하도록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