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수급관리 실효성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전문가 칼럼] 수급관리 실효성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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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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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정부나 지자체, 품목단체 관계자분들과 수급관리 대책을 논의하다 보면 계속 이슈가 되는 논란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이슈는 ‘과연 수급관리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휴경이나 산지폐기, 소비촉진과 같은 수급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해당 품목 생산액이 1조원인 경우 10%를 줄이기 위해서는 1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농협, 경작자, 유통업자 중 그 누가 이러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느냐’, ‘사실상, 그러한 사업비를 조성할 수 없으므로 결국, 수급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일부라도 일부 경작자 등이 사업비를 조성하여 수급사업을 추진하고 가격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걷잡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사태가 연이어 터질 것이 자명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우선, 바로 수입물량이 늘어나면서 그 어떠한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 수입업자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지자체 등이 앞다투어 해당 품목을 소득작물로 지정하고 생산을 장려할 수 있다. 경작자를 위한 지원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경작자와 경작면적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수입량과 국내 생산량이 늘어나서 가격은 다시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떨어진 가격을 다시 올리기 위하여 정부와 특정 지지체, 농협, 경작자들은 더 많은 사업비를 조성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경작자들이 수급사업에 참여할 것인가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경작자가 전체 경작지에서 5%만 휴경하면, 특별히 대규모 사업비를 투자하지 않아도 해당 품목의 수급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경작자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느냐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경작자들의 반발과 민원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지역사회에서 무임승차자에게 제재나 불이익을 줄 수도 없을 것이서 많은 경작자들은 굳이 참여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결국 참여하는 분들만 손해를 볼 것이고 참여하지 않는 분들은 큰 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무임승차자를 관련 법에 따라 제재할 수 있는 생산·유통 자율규제제도를 도입하고 브랜드 마케팅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뉴질랜드 키위이다. 뉴질랜드 키위위원회의 연간 사업비는 7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1년 출하액은 2005년의 4배(2.2조원)이고 kg 당 출하단가(3,447원)는 2배이며, ha 당 소득(1억원)은 4배이다. 결국, 수급관리를 위해 대규모 사업비를 투자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성과를 낸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대규모 사업비를 투자하여 얻은 것이 아니다, 관련 법에 따라 전체 경작자의 생산과 유통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제도와 전속출하부터 품질관리, 브랜드관리,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마케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라 의무자조금을 설치한 품목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전체 경작자들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경작 및 출하신고, 시장출하규격 설정, 단일 유통조직 지정과 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야 비로소 불이행자를 합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논란도 없앨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 키위는 이전보다 2배 이상 비싸졌고 국내산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여전히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것과 같이, 우리도 이제는 품질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내 생산량과 출하량을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 우리가 수급관리를 위해 생산량과 출하량을 줄이는 만큼, 수입농산물과 다른 대체 농산물이 그 자리를 바로 매울 것이기 때문이다. 저가 수입농산물에 대응하여 국내 시장과 소비자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생산·유통 자율규제제도를 도입하고 브랜드 마케팅사업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하는 품목이 많아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