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희망을 안고 벼농사를 포기한다
[기자수첩 米적米적] 희망을 안고 벼농사를 포기한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4.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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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중 기자

한 해 벼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첫 모내기’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45년 만의 최대 가격 폭락을 겪은 쌀 산업 현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육묘를 한창 시작하는 올해 4월 중순에는 여느 해와 사뭇 다른 모습들이 보인다. 꽤 많은 농업인이 벼가 아닌 다른 작물로 영농계획을 세우고 있어서다. 이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쌀 적정 생산 운동의 여파일 것이다. 또 벼 대신 타작물을 재배할 때 농업인에게 일부 혜택이 돌아가는 전략작물직불제가 올해 시행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경남 산청의 한 쌀전업농은 올해 13㏊나 되는 면적에 벼 대신 콩을 심는다. 이 농가는 최근 농업·농촌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루쌀 재배에도 나선다. 다른 농가들도 마찬가지로 저마다 가능한 선에서 논에 다른 작물을 심어가며 벼 재배면적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농촌 현장에서 올해 수확기 쌀값이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며 ‘벼농사 포기’에 동참하고 있다. 또 이번 기회에 벼 대신 다른 소득작물을 재배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도 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수확기 쌀값을 80㎏ 기준 20만원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대책을 내놓자 농민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농촌 현장이 어느 때보다 쌀 산업의 위기를 직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쉬운 벼농사를 뒤로 하고 쌀값 하락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논을 밭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처럼 현재 추진되는 타작물 지원 사업들이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쌀 적정 생산에 동참하기 위해 심은 타작물들이 오히려 공급과잉 등 수급 불균형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온다. 결국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쏟아진다.

쌀 산업 정상화를 위한 지금의 정책들이 임시방편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벼농사를 포기해가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농가들에게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