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050탄소중립! 규제보다 기술과 책임으로!!
[전문가 칼럼] 2050탄소중립! 규제보다 기술과 책임으로!!
  • 김미향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herbin21c@korea.kr
  • 승인 2023.04.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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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향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김미향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2006년 국내 모기업에서 옥수수수염 음료를 출시하기 전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옥수수수염을 차로 섭취했을까?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섭취는커녕 버려야 할 부분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옥수수수염이 항산화, 소염, 항고혈압, 항콜레스테롤 등 여러 기능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 목록(식품공전 별표2 B가008600)에 고시되면서 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소비자가로 100g당 4,000~9,000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셈이다.

생각건대 땅콩 겉껍질은 옥수수수염의 뒤를 잇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 10년간 국내 땅콩 연평균 재배면적은 2,810헥타르, 연평균 생산량은 7,530톤(2021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이다. 땅콩 알을 골라낸 후 남는 겉껍질은 땅콩 꼬투리 무게의 20∼30%를 차지하는데 연간 1,506~2,205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화훼분재용으로 사용되지만, 대부분은 폐기되고 있다.

땅콩 겉껍질에는 폴리페놀 화합물인 루테올린(Luteolin)이 1.1~4.5 mg/g 들어있다. 루테올린은 항산화, 항균, 신진대사 조절, 면역체계 조정 등 다양한 생리활성 기능이 있는 성분으로, 땅콩 겉껍질에 양파(0.4 mg/g)보다 2.8~11.5배, 당근, 브로콜리, 셀러리 등보다 29~120배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콩 겉껍질에는 루테올린 외에도 에리오딕티올(Eriodictyol)과 같은 폴리페놀 화합물이 다량 포함돼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최근 자체 개발한 ‘신팔광’ 품종의 겉껍질에서 폴리페놀을 추출·분리하여 항산화, 항염증 등 생리활성을 분석했다. 분리한 폴리페놀은 ‘5,7-디히드록시크로몬(5,7-dihydroxychromone)’, ‘에리오딕티올(eriodictyol)’, ‘루테올린(luteolin)’, ‘크리소에리올(chrysoeriol)’, ‘8-프레닐 루테올린(8-prenyl luteolin)’ 5종이었다. 항산화 활성은 8-프레닐 루테올린, 루테올린, 에리오딕티올이 56.7~66.3%로 모두 뛰어났으며, 항염증 활성은 8-프레닐 루테올린(87.4%), 크리소에리올(73.8%), 루테올린(46.4%) 순이었다. 

이러한 기능성 성분을 함유한 까닭인지 땅콩 원산지인 남미에서는 전통적으로 볶은 땅콩 겉껍질을 넣고 끓인 물에 취향에 따라 시나몬이나 클로버를 넣은 차를 음료로 마신다고 한다. 이 음료는 스페인어로 ‘마니 데 캄포(maní de campo)’, 포르투갈어로 ‘아멘도잉 토라두(amendoim torado)’라고 불린다.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 특히 코사어(Xhosa) 부족들은 ‘아마조야(amajoya)’ 또는 ‘아마조베(amajobe)’로 불리는 땅콩 겉껍질 차를 마신다고 알려져 있다. 땅콩 겉껍질을 불에 직접 구운 다음 물에 끓여 발열, 두통, 소화 불량이 있을 때나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특별한 날 마신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의처방대전』에 땅콩 겉껍질을 볶은 후 가루로 개어 동상 치료에 사용한 기록이 있다. 한의학 원전인 『중약대사전』에 따르면 땅콩 겉껍질을 끓여 마시면 만성기관지염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앞으로 여러 생리활성(항산화, 항염증 등)이 뛰어난 땅콩 겉껍질의 우수한 기능성이 인정되어 다양한 이용 용도를 찾고, 옥수수수염을 뒤이은 신화를 써 내려가는 그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