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산비점검] 면세유‧전기요금‧인건비 등 생산비 증가 농가 ‘휘청’
[농업생산비점검] 면세유‧전기요금‧인건비 등 생산비 증가 농가 ‘휘청’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3.05.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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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작목 ‘시설원예’ 빛 좋은 개살구
유가연동보조금 상시화·전기요금 낮춰야
노동 인력 확대로 노동비 감소 기대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쌀값, 쌀 생산량 등이 감소하고 있지만 생산비는 오히려 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위기에 봉착한 벼 재배 농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2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비는 10a당 85만4461원이었다. 전년 79만2265원보다 6만2000원 7.9% 올랐다. 이는 비료비를 비롯한 농약‧종묘‧노동비 등의 모든 직접생산비가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전체 생산비를 끌어올려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됐다. 

비료‧농약 등 가격 올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접생산비에 해당하는 농약비는 2021년 3만780원에서 3만3148원으로 2368원 약 7.7% 증가했으며, 비료비 역시 2021년 5만1984원에서 8만9083원으로 3만7099원 올라 약 71.4% 증가해 쌀 재배 농가 생산비 증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10a 당 논벼 생산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4.3%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비료비의 경우 11.8% 증가해 평균치 보다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농가 판매가격을 확인해 본 결과, 요소의 경우 2016년 9100원(20kg 기준), 2018년 8600원(20kg 기준), 2021년 9250원(20kg 기준)으로 9000원대를 유지했던 가격이 2022년 2만8900원(20kg 기준)으로 크게 상승했으며, 21-17-17 복비의 경우 2016년 1만1150원(20kg 기준), 2018년 1만150원(20kg 기준), 2021년 1만1000원(20kg 기준)으로 1만1000원대를 유지했지만 2022년 2만6300원(20kg 기준)으로 상승했다.

맞춤 비료 16호(20kg 기준) 역시 2021년 9450원(20kg 기준) 수준이었지만 2022년 2만1600원으로 역시 크게 올랐으며, 최근 사용량이 크게 늘은 완효성 비료 역시 2021년 1만8400원에서 2022년 2만6200원으로 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높은 인건비…인력수급으로 인건비 하락 전망
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대폭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접생산비에 속하는 인건비는 2022년 기준 19만2935원으로 2021년 18만7653원 대비 5282원 높아져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영주 연령 45세에서 50세 사이의 노동비는 19만3000원으로 동일했으나, 60~69세는 18만7000원, 70세 이상은 19만7000원으로 70세 이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0~59세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2022년 도별 노동비는 전국 평균 19만3000원, 경기 20만7000원, 강원 20만9000원, 충북 18만1000원, 충남 19만2000원, 전북 18만1000원, 전남 17만원, 경북 21만4000원, 경남 20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는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조기 배정 등 인력난 해소 정책으로 인건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농번기를 맞이해 역대 최대 규모인 3만8418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했다. 이는 전년 2만2200명 대비 73% 상승한 것으로 인력수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년 12월에서 당해 2월에 배정하던 기존 시기를 전년 10~12월로 앞당겨 조기 배정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신속히 입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뿐만 아니라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올 1분기 10만명 가량의 국내 인력을 공급해 전년 동기 8만7000명보다 15%가 늘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영농 규모 감소에 따른 생산액 감소로 농업 고용인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0.4% 정도 소폭 감소한 가운데 인력 공급은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 경북 한 농가는 지난해 13만원이던 인건비가 올해 11만원으로 떨어졌으며, 경북 영주 사과농장에서도 지난해 인건비 12만~13만원에서 올해는 11만~12만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22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난방비 부담 골머리
면세유와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농가들의 생산비 부담을 크게 가중하고 있다. 특히 고소득 작물 재배로 주목받아온 시설원예산업은 난방이 작물 재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유가와 전기료의 고공행진은 고통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시설원예농가들이 체감하는 난방비 부담은 살인적이다. 우선 난방비는 지난 2020년보다 70~80% 가까이 올랐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국평균 면세유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설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면세 등유의 경우 지난해 2월 리터당 1000원을 돌파한 후 지속해서 오르면서 1300원대에 이르고 있다.

특히 농가에서 사용하는 등유의 유류세는 리터당 70원 내외로 휘발유와 경유에 비해 높지 않아 면세 혜택의 폭이 크지 않은 점도 농가로서는 부담이다.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가 시설원예농가를 대상으로 3개월간 한시적 유가연동보조금 지원을 결정해 큰 도움을 주긴 했지만, 고유가의 상황이 지속되면 농가들이 부담해야 할 유류비용은 다가올 겨울철 큰 부담으로 남겨지고 있다.

전기료 매년 추가 인상 예고
지난해 난방용 등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는 농업용 전기온풍기로 전환한 농가들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유류에서 전기난방으로 바꾼 시설원예농가들도 전기료 폭탄에 시름을 겪고 있다.

전기는 시설재배 난방뿐 아니라 전기등, 스프링클러, 스마트팜 설비 등 다양한 시설에 적용되는 만큼 전체적인 생산비 상승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사용 전기료는 시설원예농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농사용 전기요금을 올렸고 올해도 1월에 요금을 인상했다. 이에 전기료 지난해보다 농사용 전기료는 지난해보다 60% 이상 오른 상태다. 여기다 2024년 1월 1일 3.8원/kWh, 2025년 1월 1일 3.8원/kWh를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농가의 전기료 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수급 불안…피해는 소비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설원예작물의 난방비용이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이상이다. 이에 시설토마토와 딸기의 경우 유류비용 10% 상승할 때 재배면적은 각각 2.4%, 1.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프리카와 화훼자조금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시설원예농가의 생산비 부담 가중은 단순히 농가의 경영 악화에 머물지 않고 작물 재배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충북 청주시 낭성면에서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김진규씨는 “난방비 부담으로 시설재배로 남겨지는 이익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다가올 겨울철을 대비해 난방비 절감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오르는 전기요금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