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를 위한 할당관세인가
[사설] 누구를 위한 할당관세인가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05.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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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른 농산물에 대해 할당관세를 이용한다. 할당관세란 일정 물량의 수입품 관세율을 일정 기간 낮춰주는 제도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2023년 탄력관세 운용계획에 따르면 대두유·해바라기씨유 등 식용유와 커피 원두(생두), 감자·변성전분 등 11개 품목에 대해 연중 0%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현재 한시적으로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 중인 양파·닭고기·고등어·돼지고기·계란 가공품·주정 등 6개 품목은 관세 인하 기간을 2∼6개월간 연장한다.

이 중에서도 정부는 지난해 양파 생산량이 감소하자, 올해 양파 할당관세 10%를 적용시켰고 이에 화답하듯 양파 수입량은 대폭 늘어났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수입한 양파의 양은 3만5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1%가 증가했다. 양파 재고량이 부족해지자 수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수입되지 않았던 일본 양파까지 할당관세로 들어오는 상황이 돼 버렸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수입 양파는 1kg 1500원, 국내산 저장 양파는 1kg 1450원으로 오히려 국산보다 비쌌다. 저장 양파가 소비부진으로 창고비용도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도 135%관세를 10%로 낮추면서까지 7만 톤이나 수입해놓고 2023년 1월에 2만톤 수입물량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 수입을 추진해 지난 3월까지 3만톤이 넘는 물량을 수입했다. 이제 조생종 햇양파가 출하되고 있는데 가격을 핑계로 무작정 수입만 늘리고 있다.

여기에 밀수 수입양파까지 적발됐다. 실제 신고보다 더 많이 들여온다는 의혹도 있다. 오죽하면 양파생산농가들이 수입양파 전수조사를 주장하고 나섰을 정도이다.

양파는 격년으로 가격 하락과 상승을 반복한다. 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여지없이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과 하락이 반복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거미집이론으로 설명을 한다. 거미집이론은 장기적으로 가격의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적정한 생산량과 적정가격을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거미집이론이 국내에서 성립되지 않는 것은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다. 양파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할당관세를 통해 양파수입량을 늘린다. 두 번째는 대체작목이 없다. 양파가격이 하락하면 다른 작물을 재배해야 하지만 겨울철 농사는 양파 아니면 마늘이다. 재배면적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가격이 오르면 수입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폐기하는 정책을 반복한다면 이땅의 농민들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농산물 수급의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