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대낮에 도둑맞은 두릅
[기자수첩 米적米적] 대낮에 도둑맞은 두릅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5.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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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중 기자

강원도 횡성군 오음산 줄기에서 산양삼·산나물 등을 재배하는 한 임업인은 본격적으로 날이 풀리면서 봄이 찾아오자 현수막을 한가득 주문했다. 현수막에는 ‘입산금지. 이곳은 사유림입니다. 허가받지 않은 산행을 금합니다’라는 문구가 빨간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는 제철인 산나물 수확도 뒤로 미루고, 본인의 산 곳곳에 현수막을 거느라 정신이 없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에 두릅 밭을 전부 도둑맞은 뒤의 일이다. 

산에도 엄연한 주인이 있다. 평지에 있는 논이나 밭과는 다르지만, 산주들은 산속에서 명이나물, 곰취, 취나물, 두릅 등을 정성껏 키우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밭처럼 보이지 않을지언정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뿌려놓은 임산물들이 그들의 산에 가득하다. 이 산이 주는 나물들의 주인은 산주다. 국유림이라고 할지라도 산에 있는 임산물들은 눈으로만 보는 게 좋다.

내 산이 아닌 곳에서는 모든 임산물의 채취가 금지다. 이를 어길 경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임산물 불법 채취로 매년 약 200여명이 적발돼 조사받는다고 한다.

산림청에서는 지방산림청, 지자체와 합동단속반을 꾸리고 4~5월 간 집중적으로 산림 내 불법행위를 단속한다. 요즘에는 드론으로 무단입산행위를 하거나 임산물 불법채취를 하는 자를 잡아낸다고 하니, 다 자란 나물들을 쉽게 뽑았다간 큰일 날 일이다.

넓디넓은 산에서 나물 좀 캐서 먹는 게 무슨 큰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만 되면 산림특별사법경찰에 적발된 이들이 쏟아져 나오니 안타까울 뿐이다.

허가 없이 주인 있는 산에서 임산물을 채취하는 일은 분명 ‘절도’에 해당한다. 특히 봄철 산불 발생 위험도 높아 산에 오를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름드리 푸른 산림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한 작은 실천은 산림을 훼손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