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갑작스러운 4월 이상저온…전국 냉해 피해 속출
[뉴스팜리포트] 갑작스러운 4월 이상저온…전국 냉해 피해 속출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5.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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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기준 잠정 피해면적 6343㏊ 
사과·배·복숭아 순으로 피해 커
이른 개화에 설상가상 저온까지
최근까지 냉해 피해 ‘현재진행중’
과수 피해 규모 더 늘어날 수도
재해보험 사각지대 개선요구
김영환 충북도지사(오른쪽 첫 번째)가 지난달 26일 이상저온으로 농작물 냉해피해를 입은 청주시 미원면 사과농장을 살펴보고 있다. 충북도 제공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충북 청주에서 배 농사를 짓는 A씨는 지난 4월 말경 적과 작업을 하기 위해 밭에 나갔다가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배나무에 핀 꽃에 모두 이상저온에 따른 냉해 피해가 발생해 적과할 배가 하나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배 농사를 18년 동안 지어오면서 이런 적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방상팬도 돌리고, 과원에 불도 피웠으며, 인공 수분까지 갖가지 노력을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 발생한 이상저온으로 과수 농가에는 냉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여파는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저온 탓에 냉해 피해 발생

3월 말에서 4월 초 불어닥친 이상저온과 서리로 과수 냉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잠정 집계된 피해 면적은 총 6343㏊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북(2131.4㏊) ▲전북(1316.7㏊) ▲전남(827.8㏊) ▲충북(725.2㏊) ▲경기(538.3㏊) ▲경남(316㏊) ▲세종(249.8㏊) ▲충남(140.5㏊) 순으로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 피해 규모는 ▲사과(2588.4㏊) ▲배(1478.7㏊) ▲복숭아(819.4㏊) ▲자두(564.1㏊) ▲포도(162.2㏊) 순으로, 사과와 배를 합친 피해 면적은 전체 피해 면적의 약 66%를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해가 가장 극심한 경북의 경우 청송, 봉화, 의성 등 일부 지역에서 저온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경북 피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과수 품목은 사과(1103.3㏊)로 확인됐고, 자두·복숭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과수 품목에서 저온에 따른 냉해 피해가 속출한 이유는 봄철 이상고온이 나타난 데 이어 이상저온 현상마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지면서 사과·배 등 과수의 개화 시기가 5~7일가량 빨라졌다. 과수나무들이 일찍 꽃을 피운 가운데 3월 27~29일, 4월 8~9일 갑작스럽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자 꽃망울이 얼어 시들고,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 등 냉해 피해가 나타나게 된 것. 이때 발생한 서리 역시 과수에 치명적인 피해를 줬다. 

저온·서리 등 피해를 받으면 과수나무는 안정적인 수량 확보는 물론, 고품질 과실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꽃이 피고 수정이 이뤄져야 할 시기에 저온이 발생한 것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지역에선 강풍 등 피해가 잇따랐고, 꿀벌 감소 등 영향까지 겹치면서 과수나무의 수정률을 더욱 떨어뜨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 지난 3일 표본농가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과·배 조사 농가 중 각각 50.4%, 69%는 지난해보다 올해 저온피해가 많이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배나무에 배가 하나도 없다

나주시 노안면에서 3000평 규모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노봉주 씨는 올해 냉해 피해는 지난 수년간 발생했던 것보다 정도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노 씨는 “나주에선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농가들이 제법 많다. 보통 다 자란 배나무에 300개 이상의 열매가 맺히는데, 올해 피해를 본 농가들의 것에는 10개 미만이었다”며 “배나무에 배가 없다는 얘기가 속속 들린다. 미리 대비해보겠다고 방상팬도 돌리고, 기름도 때고 했는데, 저온 기간이 길어서 피해를 막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올해 농사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노 씨는 “냉해 피해는 직접적으로 수확량에 영향을 주다 보니 올해 전체적인 작황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품성이 있는 과실이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이런 흐름대로라면 수출 물량이 부족해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피해 현황에 대한 조사가 진전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동 (사)한국배연합회 사무국장은 “국내 배 재배면적의 약 30%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저온에 따른 냉해 피해는 현재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충남 천안·아산, 경기도 안성·평택 등 중부지방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선 냉해 피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수출량마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농작물재해보험의 저온 피해 보험약관 상 보험률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과수 품목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사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봄철 발생한 냉해 피해로 6월 낙과 현상(June Drop)은 기정사실이 됐고, 피해 규모 역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문 (사)한국사과연합회 팀장은 “5월 초순까지도 기온이 내려가면서 냉해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라며 “봄철 기온이 이상하게 높아지면서 일찌감치 꽃이 폈고, 이후 발생한 저온으로 앞서 핀 꽃들은 웬만하면 모두 냉해 피해를 보게 됐다. 개화 기간마저 예년보다 길어서 피해도 더 커졌다. 전체 재배면적의 10~20%가량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영문 팀장은 “현장에선 이번 피해로 생산량 감소와 더불어 품질마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라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사과 농가에는 적과 작업을 최대한 늦출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과수 농가의 냉해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는 농작물재해보험이 주된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냉해 피해가 발생한 배꽃

피해조사와 보상책 마련 시급

정치권에서는 올해 발생한 냉해 피해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은 “과수 냉해 피해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즉각적인 피해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안 의원은 “현행법상 과수 냉해 피해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품목이어야 하고, 보험과 관련 없이 보상받으려면 규모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농작물재해보험 보상기준의 현실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농작물재해보험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대해 정부가 제도개선 등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의자 의원(국민의힘, 경북 상주·문경)은 재난 피해액 산정 대상에 농작물도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올해 발생한 냉해로 경북 상주 포도 농가 등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빗발치고 있을 정도”라며 “재난지역을 선포하려면 피해액 산정이 돼야 하는데, 농작물은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기준 규정’에 따라 피해액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된 제도개선에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초 냉해 발생 이후 지방자치단체, 농촌진흥청, 농협, 자조금단체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피해 현장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다. 이어 농작물 냉해 피해 정밀 조사 기한을 당초 예정돼 있던 날짜보다 일주일 더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농식품부는 지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냉해 피해복구 계획을 수립,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6월 초 재해복구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재해복구비 지원항목은 농약대, 대파대, 생계지원비, 고교생학자금 등이 있다. 농약대는 과수류의 경우 ㏊당 249만원을 지급한다. 또한, 피해가 심한 농가의 경우 대출 중인 농업정책자금의 상환 시점을 1년 또는 2년 연기하고, 이자 감면 혜택도 제공한다.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농가의 경우, 사과·배·단감·떫은감 4가지 과수는 착과수 조사(7월) 후 착과감소보험금을 9월에 지급하고, 기타 과수는 수확량 조사(7~10월) 후 수확감소보험금을 11~12월 중 지급한다.

농식품부는 “지자체에선 정밀한 피해조사를 통해 피해복구 계획을 신속·정확하게 수립하고, 농진청, 농협 등 관계기관에서는 현장 기술 지원과 영양제 공급 등을 통해 저온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