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질소비료 줄여 쌀 품질은 높이고, 환경은 살리고
[전문가 칼럼] 질소비료 줄여 쌀 품질은 높이고, 환경은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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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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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진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재배환경과 농업연구사

쌀의 품질이 수익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쌀의 완전립 비율과 단백질 함량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단백질 함량은 쌀의 식미를 결정하는 요인의 하나로서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쌀이 딱딱해지고 밥을 할 때 밥의 끈기와 식감을 나쁘게 하여 밥맛이 떨어지게 된다. 고급화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쌀의 단백질 함량을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되도록 질소비료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질소비료를 적게 주면 쌀 수량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품질과 수량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질소 시비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국내 주요 벼 21품종을 대상으로 질소비료를 표준시비량인 9kg보다 2kg을 적게 주었을 때 쌀 단백질 함량의 변화를 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제2020-33호)에서는 쌀의 단백질 함량을 기준으로 6% 이하일 때 최고 등급인‘수’로 판정하고 있다. 

벼를 재배하는 동안 질소비료를 적게 주었을 때 21개 품종의 평균 단백질 함량은 6.1%에서 5.9%로 감소하여 단백질 함량 등급이‘수’가 나올 확률이 1.6배 향상되었으나 쌀의 평균 수량은 8.3% 감소했다. 그 가운데 ‘칠보’, ‘해담’, ‘진수미’ 등의 품종은 수량이 적게 감소하면서 단백질 함량 등급이 향상되어 고품질 쌀 생산을 고려하는 농가에 추천할 만하다. 

또한 질소비료를 10아르(a)당 2kg 줄이면 질소비료인 요소의 생산에 필요한 암모니아의 생산을 줄일 수 있어 온실가스의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온실가스의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생산공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암모니아를 1톤(t) 생산할 때 1.694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2022년 벼 재배면적은 727,158헥타르(ha)로 질소비료를 적게 투입하는 재배기술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연간 18,000톤 정도의 암모니아 생산을 줄일 수 있으며 연간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30,000톤가량 감축할 수 있다.

농가에서는 요즘 요소 대란에 따른 비료의 가격상승으로 생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질소비료를 줄이는 재배로 비료 수급난 해소와 더불어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소 2kg에 해당하는 요소의 양은 4.35kg으로 요소비료의 단가로 환산하면 요소 비료값 21.7%로 줄일 수 있다.

질소비료의 사용을 줄여 우리 쌀의 품질을 고급화함으로써 쌀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저탄소 농업 실현을 위한 노력이 한층 더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