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매년 거리에 모이는 양파 농가들
[기자수첩 米적米적] 매년 거리에 모이는 양파 농가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5.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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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중 기자

지난해 양파 성출하기인 3월에서 6월까지 기자는 양파 생산 현장에서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해 2월부터 전남 고흥과 제주, 무안 등에서는 2022년산 조생양파 밭을 통째로 갈아 엎어야 했다. 2021년산 저장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양파값이 끝도 없이 추락해서다. 당시 양파가격은 도매가격 기준 1㎏당 200원에 불과하기도 했다. 코로나 여파로 소비도 부진하면서 농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애써 키운 양파를 땅에 묻어야 했다.

그런데 그해 여름부터는 양파가격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불과 2~3개월 전에는 ㎏당 100원~200원 하던 것이 1400원대를 훌쩍 넘어버렸다. 그 기간 사이 가뭄이 심하게 오면서 작황이 안 좋아진 탓이 컸다.

분명 같은 해 봄에는 양파가격이 폭락을 거듭하며 값어치를 잃고서 땅속에 묻혔고, 농가들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양파를 쌓아놓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에는 양파값이 계속해서 올라갔다. 가격이 오르자 정부에서는 저율관세할당물량(TRQ) 2만톤을 수입한다는 계획을 내놨고, 농가들은 또다시 세종으로 모여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피켓을 들었다.

양파의 씁쓸한 상황은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비자 물가안정을 이유로 정부에서는 올해 들어 엄청난 양의 양파를 들여왔다.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급기야 수입산 양파가 국내산 양파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일도 벌어졌다. 농가들은 다시 한번 아스팔트 위로 올라와 양파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양파 생산 농가들의 주장은 하나다. 국내 양파 산업을 지킬 수 있도록, 농가들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 실효성 있는 수급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 가격이 폭락하면 산지폐기에 나서고, 가격이 오르면 저율관세로 수입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양파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수급조절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매년 도로 위로 나오는 농가들의 말을 이제는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