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양파 수입 늘고, 마늘 재고 넘쳐…빠른 수급대책 절실
[뉴스팜리포트] 양파 수입 늘고, 마늘 재고 넘쳐…빠른 수급대책 절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5.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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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까지 신선양파 3만5천톤 수입
냉해 피해 덮쳐 양파 작황 ‘적신호’
마늘 홍수출하 우려…가격폭락 불안
마늘·양파 유통구조 개선 대책 요구
지난 2021년 경남 창녕의 마늘 경매 현장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가격이 낮으면 시장경제를 운운하면서 시장에 맡기고, 가격이 높으면 정부가 즉각 수입해 가격을 낮추는 근시안적인 수급 정책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나?”

최근 양파·마늘 농사를 짓는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한창 양파·마늘 수확에 나서고 있는 농가들의 얼굴이 어두운 이유이기도 하다. 양파의 경우 물가안정을 이유로 최근까지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마늘은 생산량 증가와 재고량 누적 등을 이유로 가격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농약값, 비료 가격, 인건비, 유류비 등 천정부지로 솟은 생산비에 농가들은 적자를 면치 못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양파·마늘 생산자들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양파 수입 즉각 중단, 마늘 수급 대책 마련 ▲2023년산 국산 양파 5만톤, 국산 마늘 3만톤 공공비축 추진 ▲생산비·물가 인상률 반영한 양파·마늘 공정 가격 보장 ▲마늘·양파 TRQ 수입 전면 중단 ▲양파·마늘 포함 주요 채소 전략작물직불제 실시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4개월간 양파 수입량 10배 ‘껑충’

올해 들어 양파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본격적인 수확기인 5월 전까지 약 4만톤에 육박하는 물량이 국내로 들어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신선 양파 수입량은 모두 3만5840톤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059톤에 보다 약 1072%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무려 10배를 훌쩍 넘는 물량이 국내로 들어온 셈이다. 이는 평년 수입 물량인 1만5804톤보다도 2배 이상 많다. 

정부에서는 양파가격 상승과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수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음식점 등에서 선호하는 수입산 양파가격이 국산보다 높게 형성돼 있어, 외식업소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에는 올해 중만생종 양파의 작황이 나빠 생산량 감소가 우려돼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2만톤 증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양파 생산자들은 정부의 수입 정책을 크게 비판하고 있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수입은 양파 농가를 위한 것도 아니고, 소비자를 위한 것도 아니다. 출하기 낮은 가격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대형유통·저장업체뿐”이라고 토로했다. 

양파생산자협회는 “저율관세 양파 수입 이후 수입 양파가격이 하락했으나, 동시에 국산 햇양파 가격도 내려갔다”며 “수입 양파 소비 활성화를 위해 국산 양파가격을 하락시키는 꼴이다. 이때 가락동 도매시세는 하락했을지 몰라도, 최종 소비자의 양파 구입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소비자 가격 안정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유통업체만 돈을 버는 구조가 더 공고히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농가에게는 생산비 보장, 소비자에게는 적정 가격에 수입 양파가 아닌 국산 양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양파 생산자들은 정부가 TRQ 물량을 2만톤 증량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는 저율관세 양파수입 물량을 현행 2만645톤에서 4만645톤으로 2만톤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양파생산자들은 저율관세 수입 물량을 늘릴 게 아니라 국산 양파의 비축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파생산자협회는 “양파 수입물량을 늘릴 예산으로 국산 양파의 공공비축을 확대해 달라”며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1만톤, 2만톤씩 진행됐던 국산양파 비축사업은 나름대로 시장조절기능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가락시장 양파 도매가격은 지난 6일 상품 기준 ㎏당 1584원이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일 1024원으로 떨어졌다. 

자연재해 겹쳐 작황 불안까지

2023년산 중만생종 양파 작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일부 주산지에 냉해 피해가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에 현장에서는 양파가격 보장을 위한 정부의 수급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양파 주산지인 전남 무안에는 최근 냉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4월 중순까진 작황이 대체로 양호했으나, 4월 말 큰 일교차로 서리 피해가 발생했고, 5월 초 전국적인 강우로 병해가 발생해 전체적인 생육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현장에선 올해 생산량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에 지난 15일 양파생산자협회는 전남서남부채소농협 본점 앞에서 양파가격 및 농협수매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파 생산자들이 이곳에 모인 까닭은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의 양파 수매가가 전국 양파가격을 결정짓는 기준이 돼서다. 

양파 생산자들은 “4~5월 서리로 인한 냉해 피해로 양파 생산량 감소가 예측되고 있다. 또 올해 농사 비용은 인건비, 농약값, 비료값, 유류비 등이 오르면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며 “최소한의 물가 인상률과 생산비 상승률을 반영한 수매가가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앞에서 2023년산 양파의 농협 수매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공

마늘 가격폭락 우려…농가 불안 커져

마늘 생산 현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23년산 마늘 가격에 대한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올해 마늘 재배면적이 늘면서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마늘 재고도 평년보다 많아 수확기 마늘 가격이 대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2만4710㏊로, 지난해 2만2362㏊보다 10.5% 증가했다. 한지형은 4370㏊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으나, 난지형이 2만340㏊로 13.6% 늘었다. 통계청은 2020년부터 마늘 가격이 상승해온 탓에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올해 마늘 생산량이 32만7000톤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2.2~12.9% 증가한 수준이다.
문제로 지적된 마늘 재고도 평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2022년산 난지형 마늘 재고량은 약 1만4000톤으로, 전년 대비 4.5%, 평년 대비 7.4% 증가했다. 

이 같은 재고 탓에 마늘 생산 현장에서는 밭떼기 거래가 지난해의 절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산지유통업체에서 재고 부담으로 밭떼기 거래에 소극적이다 보니, 7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주산지 경매에 출하량이 크게 늘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마늘 재고 증가, 7월 공판장 홍수 출하 불가피 등으로 인해 마늘 생산 농가들의 불안감이 커져만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지난해 마늘 TRQ 수입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 등으로 인해 마늘 재고 물량이 많게 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22년산(6~12월) 마늘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9.5%나 증가한 5만4921톤이다.

마늘 가격에 대한 불안감은 마늘 수매가격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최근 제주 대정농협의 마늘(남도종) 계약재배 단가가 1㎏당 3200원으로 결정되면서다. 이는 2022년 4000원, 2021년 35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정농협의 수매가격은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의 양파가격과 같이 올해 마늘 가격의 기준이 된다. 이에 마늘생산자협회에서는 계약재배 단가를 다시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루빨리 수급 대책 나와야”

마늘 생산자들은 시장의 팽배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수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늘생산자협회는 “정부는 2023년산 마늘 가격 하락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가격안정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늘 3만톤을 공공비축 수매해 마늘 가격 안정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생산비 상승 등을 고려해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마늘 가격이 최소 ㎏당 4500원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정부에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정부비축용 마늘 수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aT는 2022년산 정부 비축 마늘 18만7960㎏에 대한 수출용 판매 공고를 냈다. 마늘 생산자들은 이전부터 정부 비축 재고 물량을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축용 마늘 수출을 줄곧 요청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