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국 농식품 산업, 넥스트 유니콘은?
[전문가 칼럼] 한국 농식품 산업, 넥스트 유니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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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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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서울북부농식품벤처창업센터장

지난해, 국내 농업계에서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농축수산물의 데이터와 공급망 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트릿지’이다. 유니콘 기업은 업력 10년 이하의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말한다. 트릿지의 핵심 서비스는 농축수산물의 무역업무를 대행하고 유통‧식품 업계가 원하는 전세계의 농축수산물의 가격, 물량, 품질 등의 모든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가 가능했던 데에는 글로벌 농식품 무역시장의 정보비대칭 문제의 해결이라는 아이템, 이를 짚어낸 CEO의 식견,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과 전세계의 무역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자본, 즉 농업분야의 시장성을 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농식품 산업에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기업들이 진입하면서 ‘농식품분야’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농업분야의 신조어들이 등장했는데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산업 등이다. 

‘푸드테크(Foodtech) 산업’은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전반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기술이 결합된 신산업을 의미한다. ‘애그테크(Agtech)’ 또는 ‘애그리테크(Agritech)’는 후방농업부터 농업생산까지를 강조할 때 주로 쓰이기는 하지만 푸드테크가 그 의미를 모두 포괄하기도 한다. ‘그린바이오(Greenbio) 산업’은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하는 산업으로 동물용 의약품, 미생물, 곤충, 천연물, 식품 소재 등의 산업을 의미한다. 용어의 정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농업분야는 농축산물의 생산부터 첨단기술까지 전세계 유망한 기술의 융합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농식품분야의 벤처창업기업의 성장을 돕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벤처육성지원사업 초기에는 지원대상의 75%가 1차농산물의 식품 가공기업이었다면, 2023년에는 총 350여 기업 중, 33%가 식품 가공기업, 이외 약 56%가 그린바이오, 푸드테크 등의 첨단부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우리 농식품분야가 얼마나 다변화되고 관련한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세계 유망한 IT기업의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2023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율주행 트랙터를 생산하는 ‘농업계의 테슬라’, 일명 ‘농슬라’ 라고 불리는 디어앤컴퍼니의 대표가 기조연설을 했다. 또한 우리 농식품 벤처창업기업이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전세계적인 농업분야 벤처창업기업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반증한다.

해외 투자 플랫폼 애그펀더에 따르면 농식품 분야의 글로벌 투자자금은 2018년 200억 달러에서 2021년 약 520억 달러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SVB의 도산까지 이어지는 투자 혹한기라 불리는 2022년에도 글로벌 벤처투자가 32%까지 감소된데 반해 그린바이오, 농업생산효율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새로운 농업시스템과 관련한 투자는 오히려 전년대비 8% 증가했다. 

이러한 시장환경에 응답하듯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첨단 식품 기술(푸드테크) 산업’의 발전방안을 통해 1천억원 규모의 푸드테크 전용펀드조성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그린바이오 국내시장 규모를 현 수준의 두배 가까운 수준인 10조원을 목표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농업부문의 산업성장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다. 전 산업분야를 아우르는 벤처창업기업의 육성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농식품 분야에 적합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농업계의 벤처창업기업의 혁신기술이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지금, 민관의 협업으로 우리 농식품분야의 넥스트 유니콘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