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생산자 중심 자율 공급관리체계 구축이 답!
[전문가 칼럼] 생산자 중심 자율 공급관리체계 구축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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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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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고민하는 품목과 지역이 많다. 현재까지도 정부와 지자체 등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작자 모두가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업인들의 바람대로 대규모 사업비를 확보하고 시장격리와 같은 수급안정사업을 추진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사업비를 확보하기도 어렵지만, 확보하더라도 그러한 조치를 통해 가격이 오르면, 바로 수입량이 늘어나고 다른 지역의 생산이 늘어나는 바람에 애써 사업비를 마련하고 아낌없이 투자한 지역이나 조직만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경작자를 위한 각종 정책사업이 오히려 공급관리를 더 어렵게 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생산되는 농산물을 줄이기 위해 지원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생산을 늘리기 위해 지원하는 상황에서 과연 가격 하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관련 기관과 단체, 각각의 부서에서 각각 따로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가격 하락 문제는 해당 품목 경작자를 당연회원으로 하는 의무자조금단체가 관련 법에 따라 만들어지고 경작지와 경작자는 물론이고 각종 정책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의무자조금단체를 육성하고 있으며, 법에 따른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무자조금단체에는 어떤 권한이 부여될 수 있을까? 우선, 정부의 승인을 얻어 과반수 경작자 등이 가입한 자조금단체에 의무자조금이 설치되는 경우,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경작자 등도 당연회원이 되며,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을 납부하는 것과 같이, 모두가 의무거출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법에 따른 의견수렴과 찬반투표, 정부 승인 등의 절차를 진행하면, 모든 경작자 등이 준수해야 하는 경작 및 출하신고, 시장출하규격 등을 의무화하는 생산·유통 자율조절 조치를 시행할 수 있으며, 해당 경작자 등은 이러한 조치를 따라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법 시행에 필요한 전체 경작자 등의 현황자료나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를 의무자조금단체에 제공할 수 있으며, 의무자조금단체는 합법적으로 이러한 개인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할 수 있다. 이미, 마늘과 양파 의무자조금단체는 농업경영체 등록정보와 농경지 전자지도에 따른 필지정보 등을 포함한 각종 개인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작(의향)신고를 의무화했고 경작 사실을 확인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파종 1개월 전까지 경작의향 면적을 파악하고 파종 후 경작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스마트폰과 전산시스템을 통해 간단하게 해결하고 있다. 

정부가 매년 항공사진을 촬영하고 각 필지를 확인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농식품 팜맵(농경지 전자지도)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법에 따른 의무자조금단체가 이러한 자료와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활용하여 공급관리사업을 추진할 때이다. 그리고 이렇게 확인된 전체 경작자 등이 공급관리에 필요한 사업비를 납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전과 같이, 납부하는 일부 경영체만 피해를 보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아가 재배면적이 과도하게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이러한 사실을 경작자들에게 알리고 스스로 면적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종 이후에도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면, 등외품 출하를 제한하거나 전체 필지별로 일정 면적을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의무자조금단체 내에서 경작자 등이 정하고 정부의 승인을 얻어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전체 경작지와 경작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정책사업을 의무자조금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러한 정책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으므로 조만간 모범사례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