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농가는 불안하다
[기자수첩 米적米적]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농가는 불안하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6.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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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중 기자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하지만,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기상이변이 농가의 속을 애태우고 있다. 농촌 어르신들이 해마다 ‘올해 농사가 가장 힘들다’라는 말을 입에 닳도록 하신다지만, 점점 그 말이 단순한 푸념이나 하소연에 그치지 않는 모양새다. 

5월 말부터 6월 초에 내린 비는 마늘 수확을 앞둔 전국 곳곳의 주산지에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한창 마늘 수확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됐는데, 밭이 물에 잠기고 속절없이 내린 비에 수확 작업도 더뎌졌기 때문이다. 특히 땅이 논처럼 질어진 탓에 농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오를 대로 올라버린 인건비는 더욱 치솟았다. 갖은 고생 끝에 수확한 마늘은 썩거나 구가 벌어지는 등 상품성이 떨어졌고, 농민들은 또다시 쓴맛을 봐야 했다.

전라도의 광활한 들녘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지난겨울에 심은 밀을 본격적으로 수확해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린 것이다. 이 시기에 비가 내리면 밀은 쓰러지기 쉽고, 쓰러진 밀은 벼와 달리 금방 썩어버린다. 수확을 코앞에 두고 내린 비에 밀 생산 농가들은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지난 3월과 4월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저온은 과수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저온으로 인한 냉해 피해가 발생하면서 과수나무에 핀 꽃들이 그대로 떨어졌고, 배나무에 배가 하나도 없다는 말도 종종 들렸다.

과수 농가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이달 초 내린 우박에 또 한 번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정부가 잠정 집계한 피해 면적은 지난 15일 기준 3089㏊로, 이 중 70% 이상의 피해가 과수에서 발생했다. 우박을 맞아 상처 난 과일은 그대로 방치하면 탄저병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봄철 냉해에 초여름 우박으로 인해 올해 농사를 포기하겠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올여름 상황도 썩 좋지 못할 전망이다. 고온과 잦은 비 소식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야속한 날씨 탓에 농가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신속한 피해 복구 지원은 물론이고, 이상기후에 대비한 재해대책 수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