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국산 콩의 새로운 용도, 우수 발효식품 ‘템페’에서 찾는다
[전문가 칼럼] 국산 콩의 새로운 용도, 우수 발효식품 ‘템페’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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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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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영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콩은 예로부터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며 우리 식생활에서 단백질 급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작물이다. 이것은 단백질 함량이 30~40%로 높으며 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조성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다량의 비타민 B군과 이소플라본 등으로 영양과 기능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예로부터 전해진 전통음식이나 최근 많이 소비되는 식품들 우위에 콩 가공식품이 포함되어왔고, 한국인의 식단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콩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 중 성공적인 자급률 향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 기반 확충과 더불어 국산 콩의 소비처 확대를 위한 새로운 용도를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콩 자급률은 2021년 23.7%에 불과하나, 2016년 75,448톤 생산 이후, 2022년 129,925톤을 생산하여 연 12%의 꾸준한 성장을 이루었고, 재배면적 또한 2022년 63,956헥타르로 전년 54,444헥타르에서 17%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양정자료, 2022; 국가통계포털, 2023). 반면 2021년 138만 톤이 소비되었는데 그중 91%에 달하는 126만 톤이 수입되고 있어 수입 콩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2021년 국내에서 용도별로 소비된 콩은 사료용 75.3%, 가공용 17.7%, 식량 6.4%이었으며, 가공용과 식량을 합친 식용 콩 소비량은 33.3만 톤으로 국내 생산량을 훨씬 초과한 양이다(국가통계포털, 2023). 따라서 국내 콩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수입 콩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소재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가공-소비를 연계한 선순환(善循環)의 확산을 통해 국산 콩의 생산과 소비를 모두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국산 콩의 새로운 용도를 찾고자 세계 우수 발효식품(BBC, 2021; Healthline, 2023)으로 알려진 ‘템페(Tempeh)’의 원료로 다양한 국산 콩 품종을 검토하였다.

템페는 익힌 콩에 발효 미생물인 리조푸스 올리고스포러스 균(Rhizopus oligosporus)을 넣고 30℃ 내외에서 2~3일간 발효시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템페는 대표적인 단백질 식품소재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가공으로 활용범위가 넓어 이용 가치가 높다. 또한 발효에 의한 기능성과 유용 발효 대사체를 기대할 수 있고, 된장과 청국장 등 콩 발효식품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친숙하여 국산 콩 활용의 새로운 소비처로 적합한 식품소재이다.

국내 육종한 콩 16품종을 대상으로 한 템페 연구에서, 발효 전·후 단백질 함량(건물중 기준)은 각각 35~46%와 45~56%였고, 발효 후 모든 품종의 단백질 함량이 증가했다. 특히, ‘새단백’, ‘청자4호’, ‘대풍2호’의 단백질 함량이 50% 내외를 나타내어 식물성 유래 단백질 소재로 우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조직의 단단한 정도 즉, 경도는 3,000~6,700 범위로 품종 차이가 컸다. 이중 ‘대풍’, ‘청자4호’, ‘진품콩2호’, ‘평원’ 등으로 만든 템페는 높은 경도로 조리나 가공 중 부스러짐이 적어 조리나 가공 소재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편이성을 나타냈다. 관련하여 콩 저장단백질의 약 70%를 차지하는 11S와 7S의 비율은 높을수록 단백질 품질이 우수하며, 가공 산물의 경도 증가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국산 콩 품종 중 ‘청자4호’, ‘대풍’ 등의 11S/7S는 1.0(콩 종자 대상, 원물 기준)에 근접한 값으로 다른 품종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국산 콩 원료로 만든 템페는 수입 템페보다 향과 맛에서 높은 선호를 보여 기존 템페와 중요한 차이를 제시하였다.

국립식량과학원은 현재까지 진행한 연구를 통해 국산 콩의 새로운 용도로서 템페의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앞으로 국산 콩을 원료로 한 기능성을 갖춘 차별화된 한국형 템페 제조 기술 개발을 지속해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로부터 도입된 자장면, 햄버거, 피자가 물가 변동의 지표가 될 만큼 이제는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연구로 알려진 우수성에 비해 아직 우리에게 낯선 템페이지만 국산 원료의 소비가 많은 콩 가공식품 시장에서, 우리 콩을 적용한 또 하나의 식물성 소재의 단백질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며, 국산 콩 품종의 새로운 용도로 국산 콩 소비 증대에 작은 힘을 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