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식물성 대체식품, 국산 콩으로도 만들 수 있다
[전문가 칼럼] 식물성 대체식품, 국산 콩으로도 만들 수 있다
  • 한국농업신문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3.07.18 1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김현주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최근 푸드테크의 발전과 식량안보, 코로나19 등과 같은 팬데믹의 영향, 그리고 친환경, 동물복지 등을 추구하는 현 소비 트렌드에 따라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대체식품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육류와 해산물 소비량이 매우 증가하면서 대체식품은 일부 전통 가공식품을 흡수하는 동시에 미래 식량 위기의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있는 대체식품이라는 뜻은 무엇일까? 그동안은 명확한 정의는 없었으나 최근 정부는 콩과 같은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 세포배양을 통해 생산한 인공육 등을 통칭해 대체식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대체육은 식물성조직단백(TVP; Textured Vegetable Protein)을 기본 원료로 만드는데, 이는 분리대두단백과 전분, 글루텐 등을 혼합하여 제조한다. 분리대두단백은 콩에서 단백질을 분리하여 정제 후 건조해 만드는데, 순도가 높고 다량의 분리대두단백을 제조하는 과정이 다소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에도 동물 유래 식품을 식물성으로 대체한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식물성조직단백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식물성조직단백의 주원료인 분리대두단백을 만들기 위한 단백질 분리·정제 업체가 없어 전량 수입산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수입산 원료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안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입산 원재료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가 검출되는 경우가 있어 안전성에서 100% 신뢰할 수 없지만, 국산 원료를 이용한 가공식품에서는 GMO가 검출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국산 콩 ‘미소’와 ‘대원콩’, ‘청자5호’를 이용해 ‘콩 품종별 단백질 특성 및 식물성조직단백 제조 적성’ 시험을 진행한 결과 국내에서 육성된 콩 품종 중 ‘미소’가 다른 품종에 비해 저장단백질 조성과 단백질을 구성하는 구조 중 베타 병풍구조의 비율이 가장 낮은 것을 확인했다. 이를 주원료로 하여 식물성조직단백을 만들었을 때 건조육과 비슷한 형태인 것을 확인하였다.

‘미소’ 가루로 만든 식물성조직단백은 수입 분리대두단백에 비해 경도와 탄력성은 낮았으나 절단강도(식물성조직단백을 절단하는 데 필요한 면적당 힘)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단백질 분리·정제 과정 없이 분리대두단백을 대체하기 위한 이 연구 결과로 수입 분리대두단백 대체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국산 콩 ‘미소’ 품종을 이용한 식물성조직단백 제조 특성 결과는 산업재산권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압출성형공정에 따른 국산 콩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계속해서 연구하는 한편 식물성 대체식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품종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점차 커지고 있는 국내 대체식품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원료의 국산화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원료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국외 여건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콩이 대체식품의 소재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국산 콩 소비 확산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