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계 다다른 한우…수출로 수급조절 한몫하나?
내수 한계 다다른 한우…수출로 수급조절 한몫하나?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3.08.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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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첫 수출로 이슬람국가 확산 기대
수출 생산단지 조성 지속적인 수출경쟁력 마련
가격과 무관한 일관성 있는 수출체계 확립해야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29일 인천항에서 말레이시아로 한우를 수출하는 선적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수출하는 물량은 10마리 분량의 한우고기에 불과하지만 축산물 최초의 할랄 인증을 바탕으로 19억 인구인 이슬람국가로의 수출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실제 이날 수출 이후로 3개월간 75마리 분량의 한우고기를 말레이시아로 추가 수출할 예정이다. 더불어 향후 3년간 7500마리 분량이 말레이시아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캄보디아와는 구체적인 수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우 고급육 소비처인 홍콩과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우 수출이 한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한우 수급조절이 내수시장 소비로만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와 전국한우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한우업계가 합심해 한우고기 수출로 눈을 돌리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농식품부, 200톤까지 수출 확대
농식품부는 한우 사육 마릿수의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한우 도매가격 하락세가 내년 2024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우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내수시장에서의 한우 소비촉진과 함께 한우 수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44톤에 불과했던 수출물량을 올해 200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우수출협의회를 구성하고 수출 한우 공동브랜드 개발, 저등급 냉동육 수출시장 개척, 한우자조금을 통한 수출 물류비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의 한우 수출의 첫 성과는 지난 6월 29일 인천항에서 말레이시아로의 수출을 꼽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말레이시아의 한우 첫 정식 수출 직전 지난 5월 구제역이 발생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정황근 장관이 현지를 방문해 슬기롭게 대체함으로써 수출이 가능해졌다는 후문이다. 이번 수출로 인해 올해 8월 기준 한우고기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홍콩, 마카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말레이시아 수출, 7년 만의 성과
말레이시아의 수출은 지난 2016년 10월 한우고기 수출을 위해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검역 협상을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또 2020년 2월 최종 수출 검역과 위생 조건 합의를 완료한 후 할랄 전용 도축장이 승인이 추진되는 데 2년이 걸렸다.

지난 3월 23일 말레이시아 수의검역청에서 한다운 도축장 수출작업장이 최종 승인됐고 6월 8일 한우 3마리가 샘플로 처음 수출된 후 6월 19일 한우 수입 허용 공식서한이 발송됐다.

말레이시아 수출을 위해 한우 수출 런칭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행사는 말레이시아 농업·식량안보부 장관, 국제통상산업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유통·외식업체 대표, 현지 언론사 등 총 100여 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우의 우수성과 맛을 알렸다.

이번 말레이시아 수출은 할랄 인증을 받은 한우가 수출됐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슬람은 법적으로 허용된 식품 외에 섭취할 수 없는데 국내에 할랄 도축장이 생김에 따라 무슬림 시장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에서도 이번 말레이시아 수출에 이어 신규 수출시장 개척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말레이시아와 소고기 검역 협상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한우 수출에 성공해 19억 할랄 시장으로 가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며 “수급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우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29일 인천항에서 말레이시아로 한우를 수출하는 선적 기념식을 개최했다.<br>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29일 인천항에서 말레이시아로 한우를 수출하는 선적 기념식을 개최했다.

캄보디아, 한우 수출 허브기지
농식품부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 현지 정식 수출 이후 지속적인 신규 수출국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UAE 한우 할랄 인증을 추진하고 캄보디아 현지 한우 런칭 행사 등을 추진한다. 특히 8월부터 말레이시아 런칭과 같이 캄보디아도 수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우 수출업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최대 일본 와규 수입국으로 자국에서 소비하는 것보다는 중국으로 다시 수출하는 중계망 역할을 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수출을 통해 다른 나라의 한우에 대한 관심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한우전문점 ‘안테나숍’ 개설 
홍콩의 경우 지난 2015년 12월부터 유통‧판매하기 시작해 현재는 한우 수출의 주력 지역으로 올해 6월 기준 21.6톤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는 홍콩의 한우 브랜드 홍보가 미흡해 수출 신규 시장 개척이 어렵고 수출국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1++등급 수출이 부진하다고 밝혔다.

한우협회는 한우 수출시장인 홍콩을 대상으로 수출 활성화에 직접 나서고 있다. 오는 8월 개최되는 홍콩국제식품박람회에 참석해 한우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현지 거점에서 한우 전문매장을 개설하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한우 안테나숍’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횡성축협도 지난달 5일 홍콩에 방문해 시장조사를 벌였다. 현지 유통협력업체인 시티슈퍼 토마스 사장 등 경영진을 직접 만난 일행은 횡성한우 요리 시연회 등에서 현지인들의 반응과 수출 확대 가능성을 타진했다. 또 ‘횡성축협 한우프라자 홍콩점’ 개설도 논의했으며, 2600개 매장을 보유한 홍콩 최대 유통업체인 웰컴 슈퍼마켓과 신규 수출 협의도 벌였다고 밝혔다.

횡성한우협동조합도 국내 구제역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중국 본토 등 중화권 축산물 바이어 접촉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한우협, 수출 제도개선부터 나서
한우협회는 홍콩 현지로 찾아가 수출 사전 조사에 나서는 등 한우 수출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우협회의 노력은 수출 관련 제도변화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우선 민·관·학 협의체인 한우수출분과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냉장육으로만 수출할 수 있었던 한우고기를 냉동수출도 가능케 했다. 냉장육으로 수출해도 온·습도가 높아 판매과정에서 냉동이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해 처음부터 냉동육 수출이 품질 유지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협회는 또 현재로서는 국내 한우 수급조절을 위한 수출이지만 앞으로 수출 생산단지를 형성해 지속적인 수출경쟁력 향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가격 하락과 생산비 상승으로 인해 한우를 사육하고 번식하는 농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한우 수출이 농가에 한우 사육 동기를 주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며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사육 농가들도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도 한우고기 수출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달부터 ‘외국어 축산물등급판정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확인서는 영어, 중국어(보통어, 광동어), 말레이어, 크메르어 및 한국어-영어, 한국어-중국어(보통어), 한국어-중국어(광동어), 한국어-말레이어, 한국어-크메르어 혼용 등 10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제역 청정국 획득 다시 노려야
한우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제역이 발생해선 안 된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증평에서 구제역이 발발했다. 정부는 올해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을 노렸지만 4년여 만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무산됐다. 다시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향후 2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고 이후 1년간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수출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구제역 방역‧검역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가장 한우를 수출하고 있는 홍콩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이 속한 광역자치단체를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5월 발생한 구제역의 경우 발 빠른 대처로 다른 지역까지 확대되지는 않고 종식됐지만, 주변국에서도 지속해서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인 만큼 농가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수출국 늘리고 브랜드 힘 길러야
앞으로 한우업계는 358만 마리란 역대 최고치의 사육 마릿수로 인한 가격 하락의 고통을 적어도 내년까지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관세철폐로 인해 소고기 수입은 더 늘어나면서 국내 한우 소비량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한우의 국내 소비 한계를 감안하면 그 대안으로 한우 수출이 꼽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우 수출실적이 하루아침에 많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홍콩을 중심으로 약 44톤의 수출이 발생했으며, 매년 수십 톤에 그치고 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선 한우 수출국을 늘리고 브랜드 힘을 길러 한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출이 지속해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우 가격과 무관하게 일관성 있는 수출물량 확보와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