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대전시 도매시장법인 지정권 회수하라” 대전시 보복행정 중단 촉구
“농식품부는 대전시 도매시장법인 지정권 회수하라” 대전시 보복행정 중단 촉구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3.08.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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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조건' 무리하게 적용한 대전시
해당 조건 문제 되자 3년 만에 철회
표준하역비도 법인별 '고무줄' 적용
과도한 업무검사로 행정 낭비 초래

대전정앙청과가 지난 2일 중청 회의실에서 대전시의 도매시장법인 지정권을 농식품부에서 회수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전정앙청과가 지난 2일 중청 회의실에서 대전시의 도매시장법인 지정권을 농식품부에서 회수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노은농산물도매시장이 '불통'으로 시끄럽다. 노은도매시장을 관리·감독하는 대전광역시와 해당 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인 대전중앙청과의 갈등이 몇 달째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개설자와 도매시장법인 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국내 농업 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공영도매시장에서 발생한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 못하자 출하자인 농업인뿐만 아니라 중도매인 등 해당 시장에 종사하고 있는 유통인들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통 개설자와 도매시장법인 간 갈등은 물밑 협상을 통해 봉합된다. 도매시장 내에는 각 유통주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법정 공방으로까지 확전되기도 하지만 결국 상호 간 소통을 통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개월 혹은 몇 년간 갈등 국면이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위협받고 있는 도매시장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를 관장하는 개설자와 실질적으로 도매시장 관리 감독하는 관리사업소의 역할은 중요하며 농업 유통에 미치는 여파가 커 그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고 있는 공영도매시장은 국가와 국민의 자산이며, 시장 내 의견 조정자로서 개설자의 권한은 막강해 투명한 관리·감독의 수행은 도매시장이 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한국농업신문 대전 노은농산물도매시장의 갈등 사례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해당 사례는 국내 공영도매시장 발전에 어떻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서다. <편집자 주>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기자회견에 나선 중청···이유는 

대전광역시 노은농산물도매시장에서 영업 중인 대전중앙청과(이하 중청)가 대전시의 도매시장법인 지정권을 회수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시의 보복성 행정이 공영도매시장을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특정 법인에 대한 압박을 지속함으로써 도매시장 내 투명성과 공정성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청은 지난 2일 중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전광역시로부터 도매시장법인 지정권을 즉각 회수하고, 대전광역시는 보복성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청 유통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개설자인 대전시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탓이다. 지난 수십 년간 노은도매시장 발전을 위해 다양한 대안들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가 늑장행정으로 일관, 오히려 도매시장법인이 목소리를 내는 데 불만을 품고 보복행정을 일삼고 있다는 게 중청의 주장이다.



불합리한 지정조건 요구로 행정 낭비 촉발

사건의 발단은 2019년 시작됐다. 보통 개설자는 5년을 주기로 도매시장법인이 해당 도매시장에서 영업을 지속할지에 대한 여부를 결정하는 데 대전광역시는 농안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 소지가 있는 지정조건을 만들어 도매시장법인이 지킬 수 없는 지정서를 교부했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2019년 8월 27일 오정도매시장 대전청과 지정조건으로 일반지정조건 9개, 항목별 이행 지정조건 7개, 지정조건 위반 적용 2개, 이행점검지표 18개 등 총 36개의 지정조건으로 도매시장법인을 지정한 바 있다.

2022년 6월 10일 노은도매시장 대전중앙청과에는 지정조건으로 일반지정조건 7개, 항목별 이행 지정조건 7개, 지정조건 위반 작용 2개, 이행점검지표 18개 등 총 34개의 지정조건으로 재지정 신정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지정서는 기존 4~5개 항에서 대폭 확대된 34~16개 항목으로 지정조건을 제시했는데 이는 법인이 지킬 수 없는 지정조건임은 물론이고 농안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 소지가 있는 지정조건이었다는 게 중청의 주장이다. 

또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타 도매법인의 경우 도매시장법인과 동일한 역할을 하면서 경쟁 관계에 있음에도 이들에 대해서는 지정조건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청 관계자는 “이는 평등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의 법의 일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하는 것으로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 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농안법의 입법 취지에도 위반된다”고 말했다.

또한 대전시는 지난해 6월 도매시장법인 지정조건 수정 안내에 따른 지정 신청 서류 보완 제출 요청 과정에서 중청의 지정조건을 이행하기 어려워 시정을 요청하는 과정 중 지난해 11월 한 언론에 해당 내용을 지적하는 기사가 언론에 도배되면서 표준하역비 업무 검사를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한편 도매시장법인들은 이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는데 대전시는 해당 지정조건을 2019년 7월 신설·강행한 후 지정조건 이행 여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절감하고 지정조건을 제시한지 3년만인 2022년 7월 폐지했다.



대전시의 보복 행정 의심

중청은 표준하역비 부담 업무 검사 수신처를 대전광역시 4개 법인(공판장)으로 해 농식품부에서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언론에서 개설자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바 있는데 이는 오정도매시장 A도매시장법인은 완전규격출하품, B도매시장법인은 표준규격출하품 63개 품목에 대해서만 표준하역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적시돼 있으며, 노은도매시장 C도매시장법인은 완전규격출하품과 표준규격출하품 28개 품목, D도매시장법인은 완전규격출하품과 표준규격출하품 74개 품목에 대해 표준하역비를 부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개설자의 역할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 같은 언론의 지적에도 대전광역시는 오정도매시장의 경우 법인(공판장)에 대해 송품장 등 자료 제출 요구 없이 일주일간 형식적인 업무검사를 실시했고, 노은도매시장의 경우 8개월 동안에 걸쳐 1톤 분량의 자료를 요구하는 등 편파적인 업무 검사를 실시해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노은도매시장의 경우 표준하역비 대상이 아닌 수입 농산물을 표준하역비로 부과해 부당이익을 수취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문제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청 관계자는 “표준하역비 부담 업무 검사를 대전광역시 도매시장법인(공판장) 중 A(완전규격출하품), B(표준규격품 63개 품목), C(수입농산물을 표준하역비로 둔갑)를 대상으로 대전광역시에서 고시한 ‘완전규격출하품과 표준규격출하품 74개 품목’에 대해 농식품부에서 표준하역비 부담 업무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설자의 오판 견제할 만한 거름망의 부재

이 같은 문제의 핵심에는 개설자의 오판을 견제할 만한 제3의 기구나 거름망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대전시 사례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영도매시장에서는 개설자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들이 많지만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를 중재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해 결국은 법적 공방으로 갈 수밖에 없는 행정 낭비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도매시장 전문가는 "사실상 공영도매시장에는 지자체 즉 해당 도매시장을 관장하는 개설자가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개설자가 잘못된 행정으로 일관하더라도 마땅한 견제 장치가 미비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유통인들은 결국 법정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공영도매시장에서 법적 공방으로 치닫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이를 뒷받침해 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앙정부인 농식품부에서 해당 지자체에 행정 권고를 하거나 감사 등을 할 수 있지만 결국 개설자의 최종 판단이 필요해 공영도매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