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파, 끝없는 악순환을 끊자
[사설] 양파, 끝없는 악순환을 끊자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08.0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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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정부는 7월 초 물가안정과 양파 가격 폭등에 대비해 수입산 양파 TRQ 물량을 당초 2만645톤에서 11만645톤으로 약 9만톤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부터 할당관세(50%)를 적용한 중국산 양파가 국내로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양파 가격은 지난달 22일 상품 1㎏당 평균 1422원이었지만, 수입 양파 반입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24일 1318원으로 하락했고, 31일에는 1250원에 거래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양파 수입은 평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양파 수입량은 국내 가격 상승과 신선냉장 양파 할당관세 물량 도입으로 지난해 1~6월 대비 350.2% 증가한 5만4000톤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부족해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국산 양파의 현지 가격이 정상적인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산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수입이 늘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정부의 양파생산량 추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승남 의원은 올해 조생종양파와 중만생종양파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6.3%, 3.3% 증가하면서 양파생산량이 전년보다 6.3% 증가한 12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양파 소비량이 연간 96만톤이어서 자급자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양파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정확히 분석된 바 없다. 농식품부가 양파를 수입하는 건 소비자가 아닌 식당 등의 대형소비처를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식당이나 가공식품회사에서 양파를 저렴하게 구매해 사용하더라도 이게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현재 양파생산량으로 봤을 때 정부가 무리하게 TRQ를 확대하면서까지 수입물량을 늘릴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에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지나친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양파는 시장교란을 겪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생산량이 부족하면 수입에만 의존하는 아랫돌을 빼 윗돌을 막는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농산물 수급 안정은 생산농가도 소비자도 모두 만족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소멸해 가는 농업농촌을 회생하기보다는 자꾸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 언젠가는 수입농산물만 먹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