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혹명나방, 인재가 되지 않으려면
[사설] 혹명나방, 인재가 되지 않으려면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09.12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혹명나방 피해가 심각하다. 혹명나방으로 인해 충남은 2만ha가 넘게 피해가 발생했고, 전남은 1만ha 이상, 전북과 경남 지역은 1000ha 이상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

혹명나방은 예찰장비를 통해 지난 7월 12일 비래한 혹명나방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후 긴 장마와 고온 다습한 기상여건으로 혹명나방 발생비율이 32.7%로 예년에 비해 3~4배 증가했다.

혹명나방이 대량으로 발생하면, 짧은 시간 내에 피해가 확산된다. 주로 출수기 지엽과 상위엽에 피해를 주고 ▲출수불량 ▲등숙지연 ▲천립중 감소 등 피해가 심한 곳은 수확량의 30%가 감소한다.

이번 혹명나방 피해가 서해안 지역을 넘어 전남, 경북까지 퍼지고 있지만, 병해충관리 담당부처인 농촌진흥청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혹명나방은 국가병해충예찰시스템에서 제외돼 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트랩을 통해 혹명나방 개체수를 확인해 농촌진흥청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종합적인 방제 대책보다는 지역적으로 대책이 다르고 방제시기도 중구난방이다.

여기에 농작물병해충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보면 대응방식도 4단계로 구분돼 있지만, 현재 주의단계에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피해가 커지고 있음에도 농진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에 가깝다.

혹명나방이 인재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농진청이 적극 나서서 대응 경보와 긴급으로까지 올려야 한다.

혹명나방 피해가 주는 교훈은 기후위기에 따른 국가 병해충 예찰시스템의 재정비이다. 멸구류 중심으로 예찰을 하는 국가병해충시스템에서 나방류까지도, 그리고 최근 발생하고 있는 돌발병해충가지도 국가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병해충 발생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누렇게 익어야 할 벼들이 하얗게 벌레로 뒤덮인 논을 보는 농가의 심정을 헤아려 가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