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햅쌀 이용 가공산업 활성화로 쌀 소비는 늘리고 재고미는 줄이자
[전문가칼럼] 햅쌀 이용 가공산업 활성화로 쌀 소비는 늘리고 재고미는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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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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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연구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7(51.9%) 이후 하락세를 걸으며 2021년 44.4%까지 떨어졌으며, 곡물자급률은 2019년(23.4%)에서 2021년 20.9%로 감소하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서류(고구마와 감자, 94.2%), 쌀(84.6%)을 제외하면 콩(5.9%), 옥수수(0.8%), 소맥(0.7%) 등은 곡물자급률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쌀 소비는 해마다 줄어 2023년 4월말 기준 정부 재고량은 적정 재고량인 80만t의 두 배가 넘는 170만t이다. 이는 벼 재배면적이 줄어 생산량이 감소되는 속도보다 가구부문 쌀 소비 감소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198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132.4kg이었으나 2022년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56.7kg으로 줄었다. 

반면 사업체 부문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 부문의 쌀 소비량은 지난해 69만1,422t으로 2021년(68만157t)보다 1.7% 증가했다. 업종별 구성비로는 떡류 제조업(26.8%)이 가장 많았고, 기타 식사용 가공 처리 조리식품 제조업(20.9%), 주정 제조업(17.6%), 기타 곡물 가공품 제조업(9.3%) 순으로 나타났다.

쌀 가공산업에서 1∼2인 가구 증가와 가정간편식 선호 등 쌀 소비 패러다임 변화로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에서 제조하는 즉석밥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 햅쌀을 이용한 가공제품의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통계청 양곡소비량조사가 제공되기 시작한 2011년에서 2022년까지 이 분야의 쌀 소비량이 143% 증가했다. 

쌀 생산 측면에서도 햅쌀로 소비되는 가공용 벼의 재배면적 증가추세가 뚜렷하다. 최근 벼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공용 벼 재배면적은 2018년 전체 벼 재배면적의 6.3%(47천 ha)를 차지하였으나 2022년에는 10.5%(76천 ha)로 확대되었으며 재배가 증가하고 있는 품종군은 찰벼와 중간찰벼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가공용 원료곡 또는 기능성 쌀 개발을 위해 다양한 용도의 맞춤형 쌀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찰벼인 ‘진옥찰’은 ‘백옥찰’과 비슷한 정도의 좋은 품질과 함께 최근 문제시되는 키다리병에도 저항성인 품종이다. 저아밀로스 벼 ‘미호’는 밥이 식어도 잘 굳지 않아 최근 시장규모가 커지는 도시락뿐만 아니라 김밥, 배달형 주문밥 제조에도 적합하며, 밥을 할 때 쌀을 불리지 않아도 찰지고 맛있는 밥이 되어 학교 등 대량급식에서 활용하기 좋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아 쌀국수와 쌀파스타 제조에 적합한 ‘새미면’과 ‘아미면’, 쌀막걸리 전용품종인 ‘한아름4호’, 찰벼인 ‘한아름찰’과 ‘미르찰’ 등의 가공전용 통일형 품종도 개발되었다. 이들 품종은 기존의 일반형 벼보다 쌀 수량이 35~40% 정도 높아 원료곡으로서 가격 경쟁력이 있어 우수한 품질의 가공제품을 햅쌀로 제조할 수 있다. 실례로, 통일형 찰벼인 ‘한아름찰’은 CJ브리딩과의 전용실시 계약을 통해 재배하여 즉석밥과 고추장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며, ‘미르찰’은 SPC 그룹과 연계하여 납품하고 파리바게트 찹쌀 도너츠 원료 등에 사용된다.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규모는 2016년 2조2,700억 원에서 지난해 5조 원으로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쌀을 활용한 즉석밥 등의 가정간편식과 접하기 쉬운 편의점에서의 식사가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특히, 햅쌀을 이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는 밥쌀용 쌀 격리와 더불어 식량자급률을 향상하고, 재고미 보관에 따른 각종 국가적 비용을 줄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가공하기 좋고, 몸에도 좋은 우리 햅쌀이 용도에 맞게 사용되어 쌀 가공산업 활성화뿐만 아니라 남는 쌀 문제에도 해결사가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