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이 걷은 돈을 정부가 쓰면 세금이다
[사설] 농민이 걷은 돈을 정부가 쓰면 세금이다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09.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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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축산자조금 기능 강화 등 제도 개편 추진 계획을 세우고 축산단체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자조금 제도 개편 반대의 목소리에 부딫혀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자조금은 한우, 한돈 등 7개의 의무자조금과 양봉, 사슴 등 임의자조금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축산자조금에 지원하는 예산은 234억원이며, 축산자조금 총액은 738억원이다.

자조금은 말 그대로 농가 스스로 거출해 만든 기금으로 정부가 일부를 보조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농가 자율적으로 용도를 결정하고 집행한다. 이 과정에서 의무자조금은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집행한다.

자조금은 소비촉진이 가장 큰 목적이다. 물론 학계에서는 수급조절 역할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첫 번째는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사업이다. 그리고 품목 발전을 위한 연구사업, 수급조절 등에 사용한다.

반면 정부는 234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자조금이 홍보에 치우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자조금이 홍보에 치중돼 있어 산업현안 대응에는 소흘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렇게 홍보에 치우친 예산 집행의 원인이 축산농가 중심의 위원회 구성, 협회장의 관리위원장 겸직 등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자조금관리위원회를 사단법인화하고, 회원 범위에 임의회원을 만들어 유통업체 등까지 자조금에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축산자조금관리위원회를 자조금관리원으로 법인화로 개편한 후 이사회 구성이다. 농식품부는 자조금관리원이 설립되면 축산단체는 자조금설치권과 자조금관리원 이사회 이사 추천권만 갖게 되고 자조금 운영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게 된다. 자조금을 집행을 의결하는 이사회는 축산단체가 2분의 1을 구성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추천하는 전문위원이 이사가 된다.

농식품부의 의도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이다. 자조금을 법인화해 정부의 의도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외국 사례로 든 영국도 축산단체가 6명이고 추천위원이 4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번 자조금 개편에서는 축산단체와 정부 추천이 동수로 구성하도록 설계돼 있다. 농민이 걷은 돈을 스스로 쓰는 것이 아니라 농식품부가 원하는 데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축산농가들이 반발이 커지자 농식품부가 최대한 자율권을 보장하겠다고 입장을 철회했다고 하지만 언제 또다시 개편안을 꺼내 들지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