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식품부 벼값 관리해야
[사설] 농식품부 벼값 관리해야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10.2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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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농림축산식품부 쌀 수급 정책의 가장 기본데이터는 쌀값이다. 쌀값에 따라 공급을 늘리거나 줄이는 정책을 쓴다. 쌀값이 오르면 비축하고 있는 쌀을 공매 등을 통해 방출해 공급량을 느리고 쌀값이 떨어지면, 특히 수확기에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면 법에 따라 시장격리를 진행한다.

쌀값이 양곡 정책의 기본이지만, 농민들에게는 쌀값이 아닌 벼값이 더 중요하다. 농가들은 쌀이 아닌 벼를 RPC(종합미곡처리장)에 팔기 때문이다. 쌀값은 RPC가 소비지에 판매하는 가격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쌀값도 전국의 RPC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산지쌀값은 정확하게는 도매가에 해당한다. 산지 쌀값은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에도 쓰인다. 공공비축미 가격은 통계청 이 발표하는 수확기 산지 쌀값 평균 가격으로 결정한다. 매해 10월 5일부터 12월 25일까지 산지 쌀값의 평균을 벼값으로 환원해 산출한다.

통계청의 산지 쌀값이 전국 평균으로 하다 보니 지역별 생산량, 가격 편차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통계청은 지역별 가중치를 반영해 지난해부터 비추정평균 가격으로 발표하고 있다.

농민들은 산지 쌀값이 덜 피부에 와 닿는다. 쌀값보다는 벼값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취재하러 현장에 나가 쌀값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농가들이 벼값으로 환원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통계청 산지 쌀값이 20만원으로 발표 났다고 하면, 농가들은 40kg에 6만5000~6만7000원 정도하겠네라고 말한다.

농식품부가 쌀값을 기준으로 수급 정책을 수립하는 건 사실상 소비자 중심이라고 봐야 한다. 농가를 기본으로 수급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벼값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

특히나 올해 수매가격이 들쑥날쑥하고 있다. 쌀값은 오른다고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농협 벼 수매가격을 지난해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격리한 쌀 90만톤이 비축돼 있는 상황에서 RPC와 농협이 수매가격을 올려주기가 쉽지만은 않다.

농식품부는 쌀값 20만원 유지를 장담했고, 현재까지는 유지하고 있지만 쌀 농가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가 쌀 수급정책을 벼값 기준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가들은 벼를 생산하고, RPC는 쌀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밥을 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