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분별한 TRQ 증량, 자정능력 잃는다
[사설] 무분별한 TRQ 증량, 자정능력 잃는다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11.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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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 일반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 다음 해에는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늘리면서 가격이 하락한다. 가격이 내려가면 재배면적을 줄이게 되고 다시 가격은 오르게 된다.

경제학에서 이런 식의 농산물 가격 변화를 거미집이론으로 설명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의 변화가 느린 시장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래프에서 시장 가격이 변하는 궤적이 거미집과 같은 모양을 보이기 때문에 거미집이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거미집이론은 장기적으로 가격의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적정한 생산량과 적정가격을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즉 농가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적정 생산량을 찾아서 유지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에 급급한 나머지 농산물 장기 수급 대책보다는 현재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입을 늘리면 거미집이론에 의한 농산물 공급이 안정화가 어렵게 된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배축 비축물량 2900톤을 방출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시장에 풀었다. 마늘과 양파도 수급이 안정적이지만 김장철에 불안할 수 있어 11월 양파 TRQ 9만톤을 도입하고 마늘 1200톤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산물 수급이 농민들이 결정하면서 자율적으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 개입, 단기적 대책으로 농가들은 적정량의 배추, 양파 생산량을 조정하는 기능을 잃게 됐다. 특히나, 배추는 기후에 민감해 비가 많이 오거나 날씨가 더우면 생산량에 영향을 받는다.

양파는 가을에 심어 이듬해 초여름까지 수확을 하는데 이때 생산하는 양파가 우리 국민 1년동안 먹을 양이다. 따라서 봄철 양파가격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공급이 부족할 때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이 수입 물량 확대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TRQ 증량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현재 농산물은 도시 가구가 1000원을 쓸 때 65원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범도 아니다. 거미집이론은 가격과 재배면적이 정확하게 예측 가능할 때 작동하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렇게 수입을 통해 개입하게 된다면 농가들은 재배면적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기 보다는 일단 많이 심고 보자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희일비 하지 말고 장기적 대책을 통해 수급안정을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