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벼 내냉성 연구로 ‘K-라이스벨트’ 사업 뒷받침한다
[전문가칼럼] 벼 내냉성 연구로 ‘K-라이스벨트’ 사업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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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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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강수 국립식량과학원 춘천출장소장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10일 서울에서 가나,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및 케냐 등 서아프리카에서 동아프리카를 잇는 8개국 농업장관을 초청해 ‘K-라이스벨트’ 사업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장기적인 국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아프리카의 쌀 생산량은 전체 수요의 약 70% 수준으로 매년 1,700만 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아프리카의 식량난과 쌀 수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쌀 생산기술과 품종 등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올해 벼 종자 2천여 톤 생산을 시작으로 2027년에는 다수확 벼 종자 1만 톤을 생산하여 현지 농가에 보급해 연간 총 3천만 명이 소비 가능한 쌀 생산을 목표로 각 국가에 벼 재배단지 구축과 생산 인프라 조성을 지원한다.

이에 앞서, 농촌진흥청은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를 결성해 아프리카 23개 회원국과 농업기술 개발을 공동 추진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벼연구소(AfricaRice)’와의 협력사업을 통해 ‘이스리-6’, ‘이스리-7’ 등 아프리카 현지 적응 벼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한 바 있다. 

이 벼 품종들은 1970년대 한국에서 개발된 통일벼와 인디카 계열인 현지 벼를 자연 교배하여 개발한 것으로 아프리카 기후에 적합하고 수량성이 높으며, 재배기간이 20일 이상 빠른 조생종으로 밥맛이 우수하여 현지인들의 선호도가 높아 인기가 많다. 게다가 현지 품종보다 쌀 생산량이 두 세배 높은 것으로 입증되어 아프리카의 식량안보와 영양개선에 기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열대지역인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기온이 모두 높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르완다․에티오피아․케냐 등 동아프리카의 경우 해발이 높은 고지대로 벼 생육 중 냉해가 발생하면 생육이 저하되고 수량이 감소한다.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 평야지의 경우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 기후 특성상 파종기와 유묘기에 냉해가 발생하면 생육이 지연돼 2기작 제한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세네갈 등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에서는 12월부터 2월까지는 저온으로 모내기를 할 수 없어 통상 2월 중순부터 하순에 모내기한다. 만약, 모내기 시기를 1월 중순부터 하순으로 당길 수 있다면 7월 우기 전까지 벼 2기작 재배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냉성이 강화된 벼 품종의 개발 및 보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AFACI’ 협력사업과 ‘K-라이스벨트’ 사업으로 개발된 품종들이 더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 보급되어 안정적으로 재배하기 위해서는 벼 내냉성 여부가 매우 중요한 제한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주요 벼 품종들에 대한 내냉성 특성 평가 자료는 실제 거의 없거나 불충분하며, 대규모로 내냉성을 검정할 수 있는 관련 시설도 없는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춘천출장소는 벼 내냉성 평가, 유전자원 수집․이용 및 계통육성을 위하여 1978년에 설립된 전문 연구기관으로 소양강댐 하류에 위치하여 연중 제공되는 냉수를 이용한 벼 냉해 연구의 최적지다. 지리적으로 중북부 평야지에 속해 조생종, 중생종 및 중만생종을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우수한 환경요건도 구비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유전자원 40여 점에 대한 내냉성 검정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더욱 연구를 확대하여 국제교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벼 내냉성 검정 시설을 활용해 아프리카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 현지 품종육성에 적용한다면 ‘K-라이스벨트’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크게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