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딴소리” 혁신론
[전문가 칼럼] “딴소리” 혁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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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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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선임연구원

모순(矛盾)은 명제와 명제가 서로 맞지 않아 논리적인 이치에 어긋남을 의미하는 말이다. “너의 말은 모순이야”와 같이 주로 주장하는 바가 논리적으로 성사되지 않음을 이르는 부정적인 단어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모순이라는 단어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민주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빈번하게 찬성과 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좀 더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대화와 타협, 그리고 절충안을 내기도 한다. 모순의 상황이 당장은 답답하겠으나, 이를 기껍게 극복해가는 과정이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이끄는 것이라 믿는다.

혁신을 설명하는 다양한 말들이 있으나, 나는 민주사회의 단점인 ‘느림’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혁신을 설명한다. 혁신은 생각의 프레임을 깨고 모순적 상황을 벗어나, 양측이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가능해진다.

혁신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기술혁신’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쌀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서고 있어 국가적으로 남아도는 쌀을 해소하고자 쌀가공품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떡가공품이다. 그러나, 상온상태의 떡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굳어져, 최초 생산 상태의 맛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떡산업은 동네 떡방앗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모순의 상황을 극복한 혁신적 기술이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굳지 않는 떡’기술은 말 그대로 상온에서 굳지 않고 말랑말랑한 촉감을 지속할 수 있다. 또한, 냉동으로 보관하다 상온에서 녹이면 이전의 말랑함이 되살아난다. 근래의 식품 트렌드로 ‘편의성’이 부각되고 있다.

‘굳지 않는 떡’은 떡에 새로운 가치로 ‘편의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 기술에 대한 사회적 활용도는 다른 기술보다 훨씬 높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민간에 이전한 기술 중 900건을 넘긴 이유이기도 하다.

직장문화의 혁신도 최근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어느 조직이건 건강한 조직문화를 모두가 원한다. 얼마 전 상호간 호칭문제로 회의가 있었다. 기존대로 연구원‧선임‧책임연구원의 직급으로 부를지, 대리‧과장‧부장의 직급으로 개편할지의 문제였다. 연구조직이 아닌 만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실익이 없기에 기존대로 하자는 주장이 맞선다.

그런데, “~님”으로 통합하여 부르자는 의견이 나왔다. 두 가지 의견에서 더 적합한 것을 선택하자는 프레임에서 소통문화와 상하관계 유연화 등의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의견인 것이다. 호봉제에서 연봉제로의 전환된 인사체계의 반영,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혁신 등 ESG 경영관점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수용성이 낮을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의견은 혁신의 요소가 포함됐다는 것을 말함이다.

기존 생각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들은 현업에 매몰되기 쉬운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에서 많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의 아이디어는 기성세대에 의해 ‘딴소리’로 치부될 가능성이 많다. 관련이 없다거나, 현실성 없는 얘기로 판단하기 일쑤다.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들어 조직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는 있을지라도 이러한 ‘딴소리’에서 원석을 발굴해 내고 세공하여 값진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역량을 가진 ‘혁신적 리더’가 있어야 혁신 프로세스는 작동한다.

따라서, 혁신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문화, 혁신적 아이디어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기성세대의 노련함, 그리고 아이디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통찰력과 기획력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