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농식품부의 가루쌀 활성화 정책 긴 호흡으로
[데스크 칼럼] 농식품부의 가루쌀 활성화 정책 긴 호흡으로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3.11.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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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박현욱 편집국 부국장

전·후방 산업 적극적 동참 필요


최근 경기도 이천 지역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지역에 취재를 간 일이 있다. 이곳은 과거 고시히카리와 아끼바레(추청) 등을 재배했으나 외래 벼 품종을 국내 우수 품종으로 대체하기 위해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를 시도했던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어 품종 전환 성공 비결에 관심이 가던 차였다.

이 지역 농가들은 2016년부터 품종 전환을 시도했는데 시행 초기부터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바 있다. 현재는 고품질 신품종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전국 어느 지역보다 우량 쌀을 생산, 쏠쏠한 농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재배하는 품종은 해들과 알찬미로 현재는 이 지역의 90% 가까이 두 품종이 이천 지역 논을 뒤덮고 있다. 두 품종의 장점은 명확하다. 해들은 수확 시기가 빠른 조생종 벼로 도복에 강하고 외관도 준수하며 밥맛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2021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우수품종'에 선정된 바 있는 프리미엄 쌀 품종이며, 알찬미도 각종 병해충에 강한 중생종으로 강한 태풍과 쓰러짐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품종 전환 시행 초기 강력한 태풍으로 해들과 알찬미를 재배하는 농가에서도 도복이 일어났는데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신품종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쉽지 않았다. 또한 기존 품종에 익숙하거나 소비자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품종인 고시히카리를 포기하기란 농가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숙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신품종으로의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농진청은 이천시와 관계 기관 협의체를 구성, 종자 생산·공급 체계 확립, 단백질 차등 수매제 도입 등을 시도했으며 해들과 알찬미에 적합한 밥솥 개발 사업까지 추진하는 노력을 보였다.

일선 농자재 업체들도 두 품종에 맞는 비료 사용시기, 맞춤형 작물보호제 방제 데이터 등을 제공하면서 정부와 민간 업체가 호흡을 맞추고 두 품종이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해당 농업기술원에서는 두 품종이 이천 지역에 맞도록 재배력을 수년간 연구해 가장 생산성이 높은 재배 방식을 개발, 재배력 보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농가 중심의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천시쌀연구회는 지속적으로 농가들에게 신품종 재배와 관련한 피드백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농가 스스로 품종 전환이 가능하도록 도왔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렇게 두 품종이 연착륙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올해 정부에서는 가루쌀 활성화를 위해 물심양면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는 가루쌀 시범 재배의 원년이기도 했는데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후가 서늘한 전북 이북지역은 재배하기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부터 병해충에 약하다는 목소리, 수확량이 적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정부 지원의 지속 가능성에도 물음표를 다는 농가들도 많다. 2025년까지 정부에서 전량 수매를 해주고 있지만 그 이후까지 정부를 믿을 수 있느냐는 우려에서다. 과거 논 타작물재배사업,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 등이 나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지 몰라도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성공한 사업이었느냐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는 이유다.

가루쌀이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경기도 이천의 사례를 참고할만하다. 정부의 지속 가능한 강력한 드라이브도 중요하지만, 전후방 산업과 지자체, 농업 관련 기관과 머리를 맞대는 공조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신력 있는 지역별 맞춤형 재배 데이터 구축은 물론 2025년 이후 정부의 가루쌀 활성화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가루쌀을 이용하는 민간 식품업체에서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일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다.

생물을 다루는 직업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한 해 농사의 성공이 농가의 호주머니 사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농가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새로운 정책에 대한 농가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일이 정부 역할의 스타트 라인이어야 하는 이유다.

가루쌀 정책은 국내 쌀 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무리 좋은 철학과 정책이어도 농가 현장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전후방 산업에 협조와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특히 쌀 정책은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