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값 시장에 맡겨도 되는가
[사설] 쌀값 시장에 맡겨도 되는가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11.28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업신문 사설)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쌀값 시장에 맡겨도 되는가? 올해 양곡관리법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 도입, 쌀 적정생산 등을 내걸고 쌀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수확기 쌀값 20만원을 약속했다. 농식품부의 약속이 위태롭다. 쌀값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미를 도입하면서 쌀값은 시장이 정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 시장에서 결정된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이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제도 그해 도입했다.

16년이 지난 2021년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공익형직불제가 도입되면서 쌀 목표가격 대신 자동시장격리를 도입했다. 그러나 시장격리는 자동으로 되지 않았다. 일정 조건이 맞으면 정부가 바로 격리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올해는 자동시장격리가 아닌 의무시장격리로 갈등을 겪었다. 야당은 정부가 격리 조건에 맞으면 의무적으로 격리하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하겠다고 했고 여당은 반대했다. 결국 대통령이 양곡법 개정안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양곡정책을 보면 시장에 맡겼다고 하지만, 정부는 늘 개입을 해왔다. 변동직불제도 정부가 일정 가격을 보장하면서 개입하는 정책이었다. 공익형직불제 역시 정부가 시장격리를 통해 개입하게 돼 있다.

시장자유주의는 자본주의 경제의 원칙이라 할 수 있지만, 많은 선진국에서는 농업만큼은 시장경제논리로 풀지 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쌀값’ 역시 한 번도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쌀값 결정 방식이다. 농가는 쌀을 팔지 않고 벼를 파는데 정부의 기준은 쌀값이다. 벼를 가공하는 RPC는 적정가격으로 벼를 매입해 적정 이윤을 보태 소비지에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이다. 시장에서 형성된 쌀값으로 농가의 벼값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순서가 바뀌었고 본말이 전도됐다.

농가의 생산비가 보장된 벼값, 그리고 RPC의 적정 이윤을 보탠 쌀값이 결정돼야 하지만, 쌀값이 결정되면 RPC의 이윤을 뺀 값에 농가들의 벼값이 결정된다. 아니 RPC도 이윤을 남기지 못해 경영이 악화돼 해마다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쌀농사는 농사짓는 농가도, 이를 가공해 파는 RPC 어느 한 곳도 행복하지 못하다. 밥 한공기에 2000원을 받는 식당을 보면서 농민들은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수확기 벼값, 쌀값 시장에 맡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