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치 게임이 돼 버린 쌀값
[사설] 눈치 게임이 돼 버린 쌀값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11.22 0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업신문 사설) 쌀값이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더니 20만원이 무너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15일 산지 쌀값은 20kg 4만9820원으로 80kg으로 환산하면 19만9280원이다. 10월 5일보다 4568원이 하락했고 8.4% 떨어졌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7만원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쌀값 하락은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난 과거와는 다르다. 물론 정부 재고량이 많기에 일선 RPC들이 매입을 꺼리기도 하지만, 정부는 사료용 등으로 40만톤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는 RPC들이 벼 매입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해마다 농가들의 벼를 매입하라고 자금을 지원해주지만 RPC들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들은 농협으로 벼를 낼 수밖에 없다.

농협은 현재 매입자금 부족과 적재 창고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에 농협은 매입자금 3000억원 추가로 투입하기로 긴급 결정했다. 최근 쌀값 하락으로 민간 RPC과 도정업체 등에서 벼 매입을 미루면서 농협 RPC의 수확기 재고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다 통계청이 정부 예상치보다 쌀 생산량을 높게 예측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벼 매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급급한 RPC들, 쌀값을 낮춰서 파는 농협들. 쌀값이 하락하는 이유를 생산량에서 찾으면 안 된다.

쌀 농가들은 적정생산을 위해 손실도 감수하면서 타작물을 재배하거나, 가루쌀을 심어 쌀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데 RPC들의 눈치게임으로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울분을 감출 수 없다.

농식품부도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했다. 산지 쌀값이 하락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가 매입한 쌀의 공매는 실시하지 않고, 공공비축미 산물벼 12만톤 전량을 12월부터 정부가 인수해 시중에 공급하지 않겠다고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정부양곡 40만톤을 내년에 사료용으로 판매해 재고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산지유통업체의 RPC 기여도 평가 시 조곡(벼) 거래도 인정하는 등 쌀값 안정을 위한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의 대책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으려면 좀 더 적극적인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 이미 약속했던 20만원대가 무너졌다. 이제는 가격 방어가 아니라 회복을 시켜야 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