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고혈압 예방의 첫걸음, 국산 잡곡 꾸준한 섭취부터!
[전문가칼럼] 고혈압 예방의 첫걸음, 국산 잡곡 꾸준한 섭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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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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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비롯한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야외활동이 적어짐에 따라 신체 활동량이 감소하고, 과거보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하여 육류, 유제품, 당류 등의 소비 증가에 따라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대사증후군 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가 1,200만 명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은 혈압이 정상 수치보다 높은 증상으로 최고 혈압이 150~160 mmHg 이상이거나 최저 혈압이 90~95 mmHg 이상일 때 해당한다.

과거에는 호르몬 이상 또는 유전적인 원인으로 주로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식습관 변화, 비만, 운동 부족 등 후천적 요인들이 더해져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최근 의료식(메디푸드, 건강관리를 하거나 질병으로부터 치료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에 명시할 수 있는 질환으로 기존의 장 질환, 신장질환, 암, 당뇨병 등에 이어 고혈압을 새로 추가하였다.

잡곡은 쌀을 제외한 보리, 밀, 콩, 팥, 조, 기장, 수수, 옥수수 등 식량작물을 통틀어서 말한다. 우리나라 주요 작물인 쌀보다 소비량은 적지만 폴리페놀 등과 같은 기능 성분을 함유해 항염, 항암 등 다양한 건강기능 활성이 보고되면서 웰빙 식품 원료로 이용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잡곡은 밥으로 먹을 때는 쌀과 혼반 형태로 이용하고, 가공제품 원료로 이용될 때는 작목별 다양한 비율로 혼합해 생산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혼합 잡곡과 가공제품들을 살펴보면 기능성을 고려하기보다 주로 맛과 식감을 기준으로 원료를 혼합하여 제조·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작목에 따라 잡곡들이 가진 기능 성분 및 건강기능 활성이 다르므로 기능성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해서는 혼합비율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진은 한양대학교, 충북대학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국내 주요 잡곡 가운데 항고혈압 활성이 높은 손가락조(핑거1호), 수수(소담찰), 팥(아라리), 조(삼다찰)를 선별하고 ‘손가락조·수수·팥’과 ‘팥·수수·조’ 두 그룹으로 나누어 혼합비에 따른 활성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 ‘손가락조·수수·팥’의 혼합비가 30:35:35일 때 항고혈압 활성이 39%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다음으로 ‘팥·수수·조’를 30:35:35 비율로 혼합했을 때 항고혈압 활성이 31%로 높게 나타났다. 손가락조, 수수, 팥, 조를 모두 혼합했을 때는 오히려 항고혈압 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곡 혼합 추출물을 이용한 혈관내피세포 실험에서는 혈관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는 산화질소 생성량이 대조군 대비 약 7% 증가했다.

위 적정 잡곡 혼합비율로 조제된 추출물을 고혈압이 유발된 쥐에게 6주간 섭취시켰을 때, 고혈압 대조군보다 수축기혈압은 20%, 이완기혈압은 27% 감소하였다. 이는 고혈압 치료 약으로 사용하고 있는 캅토프릴(captopril)과 비슷한 효과였다. 

이 결과는 선식, 음료 등 건강을 위한 잡곡 가공식품 제조 시 정밀하고 최적의 혼합비율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농촌진흥청은 항고혈압용 잡곡 혼합비율 결과를 산업재산권 특허출원을 완료했으며, 산업체와 연계하여 기술이전하고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본 연구 결과는 잡곡의 건강기능소재로 이용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되며, 국산 잡곡의 소비 촉진과 재배 농가 소득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 등 다양한 질환의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이를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동과 함께 국내산 잡곡을 꾸준히 섭취하는 등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