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 럼피스킨 확산을 막아라···백신 확보부터 접종까지 전쟁터 방불
[인터뷰-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 럼피스킨 확산을 막아라···백신 확보부터 접종까지 전쟁터 방불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3.12.06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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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동안 소 407만마리 접종 완료
백신 54만두 사전 확보, 골든타임 지켜
4대 가축 질병 모두 발생, 발 빠른 대응 
방역국 24시간 대기 ‘밤샘근무’ 철벽


안용덕 방역정책국장은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방역정책국장 부임 후 FMD, ASF, AI, LSD 등 굵직한 가축전염병을 모두 겪었지만 단기간에 수습하는 등 효과적인 방역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용덕 방역정책국장은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방역정책국장 부임 후 FMD, ASF, AI, LSD 등 굵직한 가축전염병을 모두 겪었지만 단기간에 수습하는 등 효과적인 방역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럼피스킨(LSD)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가축질병이 지난 10월 국내에 상륙했다. 국내 축산업계는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은 경험했지만 럼피스킨이라는 생소한 질병이 발생하자 축산 농가의 당황스러움은 극에 달했다. 정부는 긴급히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꾸리고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중수본 위원장으로 하는 범부처 방역 태세에 돌입했다. 이후 전 세계로부터 공수해 온 백신으로 불과 10일만에 전국 407만마리의 소에 LSD 백신을 접종하고 럼피스킨 발병을 잠재우고 있다. 
올해는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 럼피스킨 등 4대 가축질병이 모두 발생했지만 기민한 대응태세를 유지, 단기간 효과적인 방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안용덕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축산 농가의 전폭적인 협조, 행안부 등 범부처·지자체 협력 네트워크, 방역국 직원과 지자체와 현장 민간수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등이 더해져 가축질병 방역이 견고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방역”이라며 “향후 가축 질병 발생 여부를 면밀하게 모니터링, 럼피스킨 등 가축질병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첩보전 방불케 한 LSD 백신 확보

럼피스킨 방역을 단기간 잠재울 수 있었던 비결은 사전 준비였다. 지난해 정부는 가축질병 국내 유입 대비 방역대책 수립을 위한 관계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운영했고, 지난해 7월 LSD 백신 완제품에 대한 비축안을 가결했으며, 같은 해 연말 54만두분의 남아공産(산) LSD 백신 비축을 완료했다. 이는 전국 백신 접종 결정 후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정부는 충남 서산에서 럼피스킨 최초 발생 이후 백신 추가 도입을 즉시 결정, 407만마리의 접종 가능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동물약품 업체를 수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재정당국과의 협의도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 10월 23일 협의를 시작으로 단 9일만에 205억원의 예산을 최종적으로 확보, 국내 필요 물량인 407만마리 접종 가능 물량을 확보해 냈다.

안용덕 국장은 “럼피스킨 백신 추가 확보는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미리 대비해 놓은 백신 물량이 신속한 백신 접종을 가능케 했고, 추가적으로 타국으로 수출될 물량까지 선점해 긴급히 국내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해외에 있는 공관 협조까지 받았다”면서 “백신 공수 시 홍콩에서 백신 수입이 누락되는 등 난관도 많았지만 결국 10월 31일 자정까지 407만두분의 백신을 확보하는 드라마 같은 백신 공수전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전쟁 같았던 백신 접종 10일간의 작전 

백신 수입도 치열했지만 백신 접종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 작전이었다.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단 10일만에 전국 모든 소 407만두에 대한 백신접종을 완료한 것이다. 50두 이상은 지자체에서 농가에 직접 백신 공급 후 자가 접종을 실시했고, 50두 미만의 경우 공수의사, 공무원, 축협직원 등으로 구성된 백신 접종반이 접종 지원에 대대적으로 투입되는 투트랙 전략으로 효율을 더했다. 

처음 대하는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피하주사 접종요령 등에 대한 관련 동영상 자료를 제작,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등 SNS 등을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안 국장은 “시간이 관건이었던 만큼 11월 10일까지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축산농가와 관계기관, 수의사 등이 합심해 백신 접종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북이 마지막이었는데 경북 동물위생시험소 직원들까지 합심, 깜깜한 밤에도 야간 작전하듯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예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전북 고창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서 선제적 예찰을 통해 럼피스킨 4건을 추가적으로 잡아내기도 했다”면서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 의심 지역에 선제적 예찰은 방역에 큰 도움이 된다”고도 밝혔다.  
 

컨트롤타워 중요성 입증 범부처 협력 주효

올해 4번의 가축질병이 발생했지만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럼피스킨 방역에서도 행안부 등 범부처가 공동 대응, 전국 시·군 보건소 등 지역 인프라가 총 가동됐다. 이번 방역에서도 농협중앙회의 지원군 역할도 빛났다. 농협은 전국 축협 150여개소에 각 2대의 연무소독기를 긴급히 투입하는 등 현장 농가와의 스킨십을 통해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안 국장은 “방역은 부처간 혹은 지자체간 유기적은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한데 실제 방역 현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현장이 일사불란하게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이 정말 어렵다”면서 “이번 방역에서 농식품부뿐만 아니라 행안부 등 범부처 협조와 공동 대응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선별적 살처분 과감한 결단 

럼피스킨은 치사율이 10%의 가축질병으로 1~2마리가 확진됐다고 해서 농장 전체를 살처분하는 것에 대해 농가들은 “과하다”라는 민원도 제기됐다. 정부는 살처분에 대해서만은 항상 보수적인 정책으로 대응해 왔지만 이번 럼피스킨의 경우 전문가 협의 등을 거쳐 ‘선별적 살처분’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국장은 “선별적 살처분은 추후 질병 확산 시 정부 입장에서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정책 중 하나”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판단을 종합, 정부의 과학적 위험평가 등에 기초해 적절하고 과감한 판단으로 선별적 살처분을 시행했고, 결과적으로 럼피스킨 피해는 줄이고, 효과적인 방역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가 발생 확률 낮지만 방역 태세 만전

추가 발생 가능성에 대해 안 국장은 12월 중순까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백신 접종 후 3주, 이후 모니터링 기간 ‘7일+7일’을 더하면 오는 14일이 럼피스킨 발병 ‘안심단계’라는 얘기다. 농식품부는 럼피스킨 전파경로인 매개곤충에 대한 전파 가능성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지 채혈을 위해 투입된 방역사들에게 매개곤충 출몰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요청했다. 럼피스킨은 모기, 파리 등 매개곤충이 원인인만큼 농장 내부, 퇴비사, 정화조 등에서 끊임없이 발생해서다.  

안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은 금물이다. 현재 국내 백신 접종이 완료돼 몇 달간은 지속하겠지만 중국은 현재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날씨가 따뜻해지는 내년 봄, 중국 등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항상 농가 단위에서 방역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정부에서 면밀한 예찰과 모니터링으로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