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5일제 두고 농민-공사 간 갈등 첨예
가락시장 5일제 두고 농민-공사 간 갈등 첨예
  • 정새론 기자 jsr02051@newsfarm.co.kr
  • 승인 2023.12.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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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하락 불보듯”
인력난 심화, 여건 개선해야

(한국농업신문= 정새론 기자)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영업일 단축 시범 사업에 제주도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도는 주로 겨울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지역으로 이번 사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가락시장이 영업일이 기존 6일에서 5일로 줄어든다면 물량 쏠림, 가격 하락 등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락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범 사업결과 농민들의 주장대로 가격 하락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강행 움직임을 보여 향후 가락시장 영업 5일제를 둘러싼 공사와 농민과의 갈등은 첨예해 질 것으로 보인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생산자연합회장은 “가락동 도매시장이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 주 5일제로 전환하면 출하처를 찾지 못한 양배추 물량의 지방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지방 시세는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면서 “실제 경매장이 하루 쉬게 되면 물량도 늘어나고 가격도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도 “이 어려운 시기 (공영도매시장이라면) 출하일을 하루라도 더 늘려서 팔아주는 게 당연한데도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면서 “농산물은 제 때 팔지 못하면 품위가 떨어지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주 5일제가 정착된 일본의 경우 생산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 우선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락시장 5일제를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중도매인의 경우 고령화되고 인력난이 심화되다보니 갈수록 근무여건이 악화된다는 이유다. 중도매인 관계자는 “젊은 인력 수급이 되지 않는 것이 주 5일제를 시행하는 결정적 이유”라면서 “두 차례에 걸치 시범사업의 경우 농민들이 우려하는 가격 폭락 사태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공사도 5일제 시행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락시장 유통업무 수행에 인력 이탈이 심하고 구인난 또한 가중됐다는 것이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현재 유통의 문제점은 코로나 이후 구인난이 심화되고 중도매인 하역원의 고령화 심화로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한만큼 주 5일제 시행으로 근무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시범 휴업 결과 가락시장의 물량 및 시세 변화, 산지 운영 여건 및 유통주체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휴업일 단계적 확대 방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의 방침에 농민들의 반발은 심화되고 있다. 고광덕 제주당근연합회 사무국장은 “이번 시범사업 추진에 생산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면서 “특정 날짜만 시범사업을 한 결과,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기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피해는 농민들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동만 회장도 “최근 가락시장이 파렛트 단위 거래를 시행하면서 농가들의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또 다시 5일제를 시행하니 농가들에게 피해만 전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5일로 변경이 되면 월요일에 이틀치 물량이 몰려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충남 부여의 한 농가는 “지금도 월요일에는 일요일에 출하하지 못한 물량이 몰려 가격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5일로 변경이 되면 주말 물량이 몰려 월요일에 가격이 더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농가는 “경매일을 5일만 하려면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속해서 쉬는 게 아니라 수요일, 일요일 등 징검다리 형태로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