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3년을 보내며
[사설] 2023년을 보내며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12.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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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올해만큼 ‘쌀’이 주목을 받았던 해가 있었을까. 2000년대 초반까지도 양곡정책은 주요한 뉴스였고 2004년 쌀 개방 협상, 2015년 밥쌀용 쌀 개방 등 굵직한 이슈가 있었을 때나 주목을 받았다.

양곡관리법에서 양곡을 미곡(米穀), 맥류(麥類),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곡류(穀類), 서류(薯類)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쌀 관련 정책은 양곡관리법에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쌀 정책을 양정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쌀값 보장하기 위한 시장격리 의무화가 이슈가 되면서 각종 쌀 관련 말들이 오갔다. 여당에서는 격리 의무화의 반대 이유로 태국의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태국은 쌀값을 보장하는 정책이었다. 태국 정부는 농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부가 매입가격을 시중가격보다 높게 책정했다. 즉 시장격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지만, 여당은 이를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이제는 축산 생산액이 쌀 생산액보다 많으니 쌀만 지원하는 정책을 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제는 단일품목으로는 여전히 우리나라 생산액 1위가 쌀이다. 축산은 소, 돼지, 닭 등을 다 더한 액수이다.

이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국민 주식 ‘쌀’의 지위가 바닥으로 떨어졌음을 실감했다. 쌀에 대한 이미지가 국민의 밥상을 지키는 주곡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천대받는 천덕꾸러기처럼 느껴졌다.

코로나 펜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기후위기 등으로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저 밀가루 가격 정도가 올랐고 이로 인해 외식, 과자류 등이 영향을 받았다. 식량위기를 느끼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이는 우리가 아직 쌀 자급률 100%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 자급률이 70%대 이하였다면 국내 생산으로는 부족한 쌀을 구하느라 국가적으로 위기를 겪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귀한 쌀이 올 한해 여기저기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2023년 한해는 쌀뿐만 아니라 ‘물가’라는 이름 아래 온갖 품목의 농축산물이 고생했다.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할당관세가 이제는 수입을 위한 제도로 바뀌었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한 해가 또 저물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 농업이 대접받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