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의무자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전문가 칼럼] 의무자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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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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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장

 

20년 전에 국내 최초로 한돈 의무자조금이 만들어진 이후에 의무자조금을 만드는 품목이 늘어났고 현재농업분야에는 18개 품목 의무자조금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10여 개 품목에서 설치를 준비 중이거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의무자조금이 양적으로는 성장했다고 할 수 있으나 아직은 의무자조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임원과 관리위원, 사무국 등 운영진에 대한 불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피부에 와닿지 않는 공익사업의 실효성이 문제라는 분들이 있다. 사실이 그러할까?

우선 한두 사람이 마음대로 의무자조금을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업비를 집행하는 것과 같이, 관련 법과 지침에 따라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해 사업계획서는 연말까지 공시해야 하며, 이렇게 공시하기 위해서는 농식품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으려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의원으로 구성된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또 그전에 각계 전문가도 포함된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전년도 결산서를 3월 말까지 공시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과 같이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의결, 대의원회 의결, 농식품부 승인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업계획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2 ~ 3개월이 필요하다. 즉,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의와 합의 그리고 농식품부 승인과정으로 인해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농업인의 실익을 증진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할 수도 있으나 전체 농업인들이 납부한 의무거출금과 정부보조금을 한두 사람이 임의로 쓸 수 있게 허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소중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서 그 수집․이용과 제3자 제공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조금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률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그 수집․이용과 제3자 제공을 허용하기 때문이며, 농수산자조금법에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 경작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전체 경작자를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그러한 법적 권한과 책임을 자조금단체에 부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특별할 것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자조금사업은 공익사업이고 개별 농가 입장에서는 직접 지원을 받는 것이 없으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개 어느 품목이든 년 1 ~ 3만원 대의 의무거출금 납부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국비를 매칭하더라도 자조금사업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고 그 성과 또한 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타당한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년 전에 한돈 의무자조금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오늘날 그때의 3배로 성장한 한돈산업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지금 작게라도 자조금사업을 시작해야 단계적으로 해당 품목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소비홍보와 공급관리를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해야 하므로 절대 자조금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자조금사업 규모가 확대되는 경우, 해당 지역단위로 의무자조금을 조성하고 해당 지역에서 원하는 시기에 필요로 하는 사업을 추진하여 농업인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품종과 출하시기가 다르고 자연재해, 병해충 등 이슈가 다를 수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해당 지자체와 함께 해당 품목의 공급을 관리하고 소비홍보를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로 전국단위로 해당 품목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고 의무자조금에 대한 오해를 풀어낼 수 있는 길이라는 측면에서 각 품목 자조금단체는 주산지에 지회 또는 지부를 설치하고 지역단위 사업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50년 또는 100년 전부터 의무자조금이 만들어지고 운영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의무자조금들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선도 농업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의무자조금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은 질타와 책망보다는 응원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