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분별한 농산물 관세할당 농업포기인가?
[사설] 무분별한 농산물 관세할당 농업포기인가?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4.01.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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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역대 최대의 농산물 관세할당을 실시한다. 정부는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신선 바나나 15만톤, 파인애플 4만톤, 망고1만4000톤, 자몽 8000톤, 아보카도 1000톤, 오렌지 5000톤, 냉동 딸기 6000톤, 기타(1만5000톤) 등 30만톤을 신속하게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채소 및 축산물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총 6만톤이 도입된다. 할당관세로 대파 3000톤, 건고추 2000톤을 수입하고 양파 TRQ 2만톤은 적기 도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과일 가격 안정을 이유로 오렌지 관세를 50%에서 10%로 인하하고 신선과일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자몽, 아보카도 등 5종과 냉동과일 2종에 대해서는 오는 6월 30일까지 무관세로 수입을 허용해 국내 과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무분별한 관세할당 적용과 관세 인하로 인한 국내 농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과연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품목은 오렌지이다. 오렌지는 미국에서 주로 수입이 되지만 최근 호주산 오렌지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산 오렌지는 3월부터 8월까지는 무관세로 수입이 되고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관세율 50%를 적용하는 계절관세를 도입하고 있다.

한미FTA에서 오렌지는 미국이 강력하게 수입개방을 요구했던 품목이고, 우리나라 감귤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서 감귤을 수확하는 시기인 9월부터 2월까지는 50%의 관세를 물리고 3월부터 8월까지는 무관세로 들어온다.

감귤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계절관세를 정부 스스로가 무력화시킬만큼 현재 농산물 물가 안정이 중요한지 되묻고 싶다.

많이 알려져 있듯 농산물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는 항상 농산물이 최우선 순위로 올라와 있다.

우리나라는 WTO부터 FTA까지 무역협정을 맺을 때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앞세웠다. 즉 농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공산품 수출을 확대했다. 공산품 수출을 막 시작할 때는 저곡가 저임금 정책으로 농업을 수탈했다.

70년대 이후 농업은 이 나라의 국익을 위해 계속 희생만 해왔다. 농산물 할당관세 수입으로 물가를 2%로 낮출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수입업자 유통업자만 배부르게 만드는 정책이 아닐까 싶다.

농업소득이 1000만원이 채 안 되는 나라에서 계절관세까지 무력화시키면서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면 정부의 무능이라 지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