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실물 투자 & 뱅카우] 미래 유망산업 농업…투자 가치 있지만 글쎄?
[농축산물 실물 투자 & 뱅카우] 미래 유망산업 농업…투자 가치 있지만 글쎄?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4.01.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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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재배 우듬지팜(주) 상장 후 가치 폭발
한우 조각투자 ‘뱅카우’, 수익률 4%대 아쉬움
농축산물 실물 투자 수익성 담보가 최대 관건
뱅카우 토큰증권 구매시 투자 크게 늘어 날듯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농업이 미래산업’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세계 3대 투자가인 짐 로저스, 세계적인 부호인 빌게이츠 등도 농업이 미래 성장산업이라며 농업 분야 투자를 조언하기도 한다. 누구든 농식품 분야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그 조언에 반응하기는 하지만 선뜻 투자까지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그린바이오(생명공학을 농식품에 접목) 등에 민간 투자 자본이 유입됐다는 소식이 일부 들려오곤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농식품 벤처창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조성한 크라우딩(온라인소액투자) 펀딩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90억원(22개사)을 기록했던 액셀러레이팅(초기 밀착지원) 투자실적이 지난해 119억원(18개사)로 확대됐으며, 크라우딩 펀딩도 지난해 11월 기준 290개사 27억원에 달했다는 소식이다. 농식품부는 특히 지난해 ‘농식품분야 민간투자활성화 방안’ 발표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농식품 산업에 5조원 규모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민간주도 투자 생태계를 조성키로 했다. 

K-스마트팜 ‘우듬지팜’…상장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도 1조8000억원 규모의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를 운용하면서 농림수산식품투자조합을 통해 벤처캐피탈과 농식품 기업을 연결하고 있다. 농식품모태펀드를 투자 받아 성공한 기업으로는 충남 부여의 농업회사법인 우듬지팜(주)이 꼽힌다. 이 회사는 K-스마트팜으로 불리는 ‘한국형 반밀폐형 유리온실’에서 재배한 토마토에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를 첨가한 ‘토망고’를 개발, 특허를 받았다.

우듬지팜(주)은 농식품포태펀드로부터 90억원을 투자를 받아 2017년 매출 120억원에서 2022년 449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달성하는 등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 이후 시총 1220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충남 서산간척지에 들어서는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에 참여하고 스마트팜 전문 시공사를 설립해 국내외 스마트팜 시공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개인 소액 투자 가능한 ‘뱅카우’
이처럼 투자를 받아 코스닥 상장까지 이어지는 기업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농업분야 투자는 불모지에 가깝다.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13조6000억원 중 농식품분야 신규 벤처투자는 0.9%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자인 농업인이 직접적인 실물에 대한 투자를 받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농업분야 투자는 정부와 농금원 등의 영향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여기다 성공 가능성이 큰 농기업에 펀드를 통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개인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농식품 크라우딩 펀딩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액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 누구나 투자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고 실적에 따른 투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조각(지분)투자 플랫폼인 ‘뱅카우’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

한우농가에 자금 선지원 투자 배분
‘뱅카우’는 지난 2021년 핀테크 기업 스탁키퍼가 개발한 한우 생산자인 농가와 한우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한우 펀딩 플랫폼이다. 한우에 대한 조각투자로 자금력이 부족한 한우농가에 송아지와 사료 구매 등의 자금을 선지원하고 수익을 투자자와 배분하는 계약 재배 형태의 펀드로 볼 수 있다. 이 뱅카우가 관심을 끄는 것은 고급 식자재인 한우에 대한 인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뱅카우의 ‘블루라벨’ 상품을 통해 펀딩 참여자들은 전국 곳곳의 농가가 올린 정보를 토대로 사육되는 송아지에 펀딩을 진행할 수 있다. 펀딩이 완료된 시점부터 약 2년간 지속적인 관리에 기반한 사육을 진행하며, 경매가 완료된 시점의 결과를 기준으로 펀딩 참여자들의 최종적인 수익이 분배되는 형태의 상품이다.

올해도 뱅카우 펀드가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운용사 스탁키퍼가 지난달 29일 한우펀드 모집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투자계약증권)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스탁키퍼는 1월과 2월 두 차례로 나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축투자계약증권’을 공모한다.

직접 앱에서 투자를 신청한다는 점은 같은 방식이지만, 투자 방식은 달라졌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앱에 공개된 여러 마리의 송아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원하는 만큼 지분을 투자하면 됐다. 이번에는 개별 송아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마리를 하나로 묶은 펀드에 공모 청약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뱅카우 공모, 성공 여부 미지수
뱅카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최초로 시도한 농축산물 펀딩이기 때문이다. 한우의 사육과정과 각종 데이터 제공함으로써 투자자와 한우농가의 유대감을 갖도록 한 점도 뱅카우의 장점이다. 

최근 들어 전체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한우의 생산비가 높아져 가면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우농가는 뱅카우로부터 선지급을 받으면 자금 해결과 생산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심리도 있다.

하지만 뱅카우 공모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에 가깝다. 지난 2021년 최초의 뱅카우가 판매될 때에는 한우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로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상태였다. 이후 한우 사육마릿수가 늘어나면서 한우가격이 하락하고 사료값 등 생산비가 증가하면서 현재 한우 시장 상황은 2021년과는 크게 다른 상황이다.

여기다 한우 출하까지는 제반 비용이 많이 든다. 운송비, 경매과정 상장 수수료, 검사 수수료, 해체, 판정, 한우자조금, 조합 수수료, 가축재해보험료 등 비용 발생함으로써 농가의 실질 소득은 매년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를 진행한 한우 펀드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출하를 마치고 정산한 연간 수익률이 4% 정도에 불과해 은행 금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로는 사료비의 상승이 첫 번째로 꼽혔다. 하지만 송아지가격과 사료비가 안정되고 있어 앞으로의 수익률은 높아질 그것이라는 게 운용사 스탁키퍼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의 낮은 수익률로는 대규모의 투자자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확보해야 투자로 이어져
뱅카우의 지속 가능성(성공) 유무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앞으로 농식품 분야에 민간 투자 활성화를 끌어내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뱅카우 수익성이 담보된다면 다른 농축산물에 대한 투자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미술품·한우 등 실물자산에 대한 ‘토큰증권 발행·유통(STO·Security Token Offering) 규율체계’를 정비하고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규율은 투자계약증권 요건 중 공동사업 결과에 따라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 판단 기준이 추가로 제시된 것이 특징이다. 이 규율이 시행되면 농축산물 계약 재배를 토큰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농축산물에 대한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거래형태가 농축산물 선물 거래와 유사해 선물의 경제적 기능인 미래 가격 예측을 통해 농축산물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의 진단이다.

뱅카우를 운용하는 스탁키퍼도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토큰증권(STO)을 발행할 수 있는 조각투자사업사 초기 5개사에 포함됐다. 앞으로 토큰증권 관련법이 시행되면 뱅카우도 증권사를 통해 토큰증권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스탁키퍼도 한국투자신탁과 업무협약을 맺고 뱅카우의 토근증권 공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