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촌을 꿈의 ‘공간’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
[뉴스팜리포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촌을 꿈의 ‘공간’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4.01.16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부국장

공간에 매진한 연구 경험 살려 농촌 해법 제시
농촌, 전국민 공간으로 확장 ‘다양성·융합’ 강조


송미령 장관의 취임식 모습.
송미령 장관의 취임식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최초 여성 장관이 취임했다. 장관 부임 후 많은 언론이 ‘여성’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농업계에서는 26년간 농촌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연구자가 내놓는 농정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 유토피아, 농촌공간계획이라는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그가 농업분야 수장이 되면서 농업·농촌의 청사진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국농업신문은 그가 연구한 결과물,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 쏟아낸 발언에 주목해 송 장관이 꿈꾸는 농업·농촌의 해법을 예측해본다.


농촌 방정식 ‘공간’으로 정답 제안

송미령 장관은 수십 년간 쪼그라드는 농촌에 대한 해법을 고민을 해왔던 연구자다. 1997년 농촌경제연구원에 입사해 도시와 농촌 상생모델과 국토 균형발전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고, 농촌 삶의 질 개선방안, 농촌공간계획 의의와 실천과제 등에 대한 논문을 저술하기도 했다.

농촌 유토피아에 대한 책을 공저하기도 했는데 그가 내놓은 결과물과 해법에 대한 방법론은 단순히 농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을 강조하기도 하고, 중앙정부, 지자체, 활동가, 민간기업을 아우르는 칸막이 없는 협업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중 핵심은 농촌 미래의 청사진을 ‘공간’의 시선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장관 취임사에서도 그가 농촌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법의 시작으로 ‘공간’에 주목했다. 송 장관은 취임사에서 “지난 26년간 농업·농촌 현장을 연구하면서 농업인과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면서 “농촌 ‘공간’이 가진 자원과 강점으로 사회·경제적 활동을 촉발시킨다면 농업·농촌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농촌 공간’이 가진 가능성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그의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송 장관은 나아가 “농업·농촌이 열린 기회의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한국형 소득·경영안전망 구축,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추진, 소멸 대응 농촌 공간계획 수립 등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적극적·공세적으로 정책 방향을 대전환하고자 한다”며 ‘농촌 공간’에 방점을 찍었다.


농촌 유토피아 열린 공간으로의 확장

송 장관이 꿈꾸는 농촌 유토피아는 ‘국민 전체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2020년 그가 출연한 국가정책TV에서 농산어촌 유토피아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물은 인터뷰를 살펴보면 “국민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농산어촌”이라고 강조하면서 농촌을 ‘좋은 기회의 땅’으로 규정한다.

이는 단순히 농업·농촌이라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를 농민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장하면서 누구나 농촌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참여자로 활짝 열어놨다는 데 포인트가 있다. 특히 농촌을 도시와 농촌이 보유한 문제점의 해결 창구로 인식하면서도 깨끗한 환경, 여유로운 땅 등과 같은 농촌이 가진 긍정적 요소에 집중한다면 농촌 유토피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언한다.

물론 마냥 이상적인 것이 아닌 농촌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다. 40세 이하 청년층 비중이 농가 전체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과 심각한 인구 축소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그동안의 농업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도 제안한다.

그동안의 농정이 도시 따라가기 방식과 같은 ‘농촌의 물리적 환경개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측면에서 삶의 환경을 바꿔줄 수 있는 곳으로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송 장관은 2023년 한국농어민신문에서 개최한 ‘농촌공간계획 해외 우수사례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우리 농촌은 이제 농업 생산만 하는 공간, 농업인들만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잘 가꿔 나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농촌 공간의 확장을 다시 한번 역설하기도 했다.


다양성 확보와 정책 융합으로 농촌 공간 안착

송 장관은 농촌 유토피아의 실현과제로도 세 가지 ‘공간’을 제시했다. 살만한 공간, 정보 공유의 공간, 비즈니스 공간으로 농촌을 만들어가는 게 농촌 유토피아의 선결조건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농촌 빈집을 개조하는 사업을 살만한 공간 즉 거주공간의 확보, 지역 단위에서도 정보를 접촉할 수 있는 정보 공유의 공간 구축,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 즉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는 것이 새로운 농촌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봤다. 특히 농촌 일자리는 큰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본 것이 핵심이다.
 
송 장관은 농촌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융합’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여기에 정부는 큰 틀을 짜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농촌다움’보다 ‘지역다움’을 강조하면서 전국 농촌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열어 놓되 그 지역의 다양성과 가치는 확보하면서도 타부처의 사업,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이 융합하는 것이 성공적인 농촌 공간을 안착시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봤다.
 

농업 정책 아젠다 공간 개념으로 추출

2020년 3월 당시 송 장관이 연구 총괄로 참여한 ‘농촌공간계획 수립 기본방향 연구’에서도 공간으로 도출한 농촌 문제 풀이 방식도 드러난다.

해당 연구의 ‘농촌 미래 전망에 따른 아젠다 도출 과정’을 살펴보면 농촌의 핵심 미래 이슈로 식량안보, 저출산·초고령사회,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 등 12가지 이슈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모두에게 열린, 살기 좋은 정주공간 ▲혁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공간 ▲사람이 찾는 아름다운 여가·휴양공간 ▲포용과 자치의 어울려 성장하는 공동체 공간이라는 네 가지 정책 아젠다를 추출해 낸다.

가령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가 농촌의 핵심 미래 이슈라면 ‘기후변화 및 도시적 토지이용 증가에 따른 생물다양성 위기 증가→경관과 연계한 계획수립 및 사업추진으로 농촌다움 복원→사람이 찾는 아름다운 여가·휴양공간’으로 추출하는 식이다.

농촌에서 대두되는 각종 문제들을 농촌 공간으로 풀어낸 송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농촌을 국민들이 살고, 일하고, 쉴 수 있는 가치있는 공간으로 전환하겠다”, “농촌공간계획을 활용해 지역주민과 관련 주체들이 해당 지역을 재설계하고 특성에 맞는 재생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겠다”, “농촌에 필요한 교육·의료·교통 등의 사회서비스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공간적·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일 취임한 송 신임 장관, 농촌 공간에 천착한 송 장관이 농촌의 모범답안을 공간에서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공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주목해 현실 농촌의 정책 아젠다를 만든 경험이 과연 농식품부의 농정기조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농업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