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농업인의 노동해방시대
[전문가 칼럼] 농업인의 노동해방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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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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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기술창출팀장

존디어(John Deere)의 ‘Autonomous 8R 트랙터’, TYM의 ‘T130 트랙터’, 대동의 ‘HX 트랙터’, 두산밥캣의 ‘AT450X 트랙터’, LS엠트론의 ‘MT7 스마트렉’ 등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기종들은 현재 개발되고 있는 무인자율주행형 농기계이다. 미리 학습된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이 없이 농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농기계 자율주행기술은 총 5단계 중 4단계(무인자율작업)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국내기업의 경우는 3단계(자율작업) 수준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격차는 5년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기술패권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7월 정부는「스마트 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농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융합을 통해서 농업의 자동화‧정밀화‧무인화 등을 촉진하기로 하였다. 이는 정부가 스마트 농업의 확산을 통해 농식품 벨류체인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DX) 즉,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스마트기술을 농업에 접목하여 우리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코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2023년은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란 키워드가 쓰나미처럼 전산업계를 강타했다. 그 흐름은 올 해도 더 높은 파고를 만들며 산업계를 넘어 사회‧문화 등 모든 우리 삶의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를 단순 학습을 넘어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통해 스스로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 스스로가 창의적 해답을 제공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농경지에서의 생산활동을 위해 생성형 LLM AI가 탑재된 농기계는 기존 데이터의 학습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여 최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작업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적 농업기계 전문기업인 존디어(John Deere)가 내세운 슬로건은 ‘농부에게서 노동해방’이었다. 자미 힌드먼(Jahmy Hindman) 존디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노동력과 토지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로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세계 다양한 곳에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융합으로 인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무인자동화 기계의 출현이 가속화되고 있고, 농부의 노동 역시 무인자동화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든 산업영역에서 무인자동화 기술은 성장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이나 기계는 인간노동의 대체재라기보다 노동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도구라는 관점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을 기점으로 첫 인구 자연감소가 발생해 이후 가파른 감소세가 이어지고 상황에서 농촌지역의 만 40세 미만 청년 농업경영주의 비율 역시 2000년 6.6%에서 2010년 2.8%, 2020년 1.2%로 급감하고 있다. 농촌의 경제 및 생산활동을 농부의 노동으로만 인식해 청년농 유입정책, 외국인 근로자 유입정책 등으로 정책을 펼쳐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원 및 인력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경영비용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며 품질을 제고하는 길은 기술, 즉, 우리 농업현장에 적합한 디지털 기술과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보급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미래 농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