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산림버섯 종자 주권 확립해야
[전문가 칼럼] 산림버섯 종자 주권 확립해야
  • 한국농업신문 webmaster@n896.ndsoftnews.com
  • 승인 2024.01.26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선덕 산림조합중앙회 경제사업상무

종자의 다양성과 품질은 임산물과 농산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 간 종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등에 의해 품종 육성자의 권리가 국제적으로 보장되어 수입종자에 대해선 엄청난 금액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농작물 종자 사용료로 해외에 지급한 금액은 총 51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작물별로는 버섯류 204억 원, 장미 113억 원, 키위 87억 원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종자에 대한 개발연구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종자전쟁에서 승리한 사례도 있다. 2003년 기준 딸기 종자의 국산화율은 4.1%로 낮아 24~64억 원 가량의 종자 사용료를 종자 소유국에 지급해야 했지만, 현재 딸기 종자의 국산화율은 98%에 달해 이로 인한 종자 사용료 절감액은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른 품목들 또한 종자 국산화율을 높이고 그 범위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최근에는 그린바이오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산림용 종자 개발과 보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린바이오 산업은 종자, 동물의약품, 미생물, 곤충, 천연물 등과 관련된 제품을 공급하는 산업으로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세계 시장 규모는 1조 2,207달러, 국내 규모는 5조 4,095억으로 거대한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높은 수준의 종 다양성이 유지되는 만큼 이를 활용한 그린바이오 산업의 발전 잠재력이 높지만, 현재까지 개발이 미진해 국내 바이오 산업계에서 필요한 천연물 자원의 6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산림버섯은 천연물 자원의 보고로서 지속적인 연구에도 극히 일부만 개발되어 있어 정부에서는 산림버섯에 대한 유전자원의 수집과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산림조합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2001년부터 현재까지 표고, 목이버섯 등의 산림버섯 국내 야생 유전자원을 수집․보존․평가하고 우수 종자를 개발해 산림버섯산업 발전과 산주 소득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37개의 표고와 목이버섯 우수 종자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으며, 임업인들이 국산 품종을 활용해 종자업을 할 수 있도록 산림조합에서 개발한 종자를 개방함으로써 국내에 외래 종자가 확대되는 것을 조절하며 국내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산림버섯 재배와 관련된 기술과 요령을 재배 임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교육과 현장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산림조합에서 개발한 종자공급으로 인한 표고버섯 재배 임가의 소득 추정액은 약 5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으로 산림버섯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소비자 수요에 맞춘 우수 종자를 개발하고 새로운 품목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버섯산업은 규모가 작고 취약해 수입시장과의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우수 종자를 활용해 산림버섯 생산량을 높이고 임가소득 증대를 실현하는 일에 정부와 학계,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국내 임업 여건에 맞는 종자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에는 많은 예산과 전문인력,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종자개발·보급 지원이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쟁력 있는 산림버섯 종자를 개발해 종자 주권을 확립하고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 수출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