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오리 사육제한, 농가 전방위 피해 심각
겨울철 오리 사육제한, 농가 전방위 피해 심각
  • 김은진 기자 kej@newsfarm.co.kr
  • 승인 2024.01.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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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피해 계열업체 보상 없어 경영난 가중
매년 겨울철 공급 부족과 가격폭등 되풀이
올겨울 사육제한 농가·마릿수 역대 최고치
피로도 가중, 근본적인 방역대책 마련해야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을 위해 전남도 구례군 공동방제단이 소독을 하고 있다. (출처=전남도)

(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겨울철 오리의 사육제한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의 하나로 시작됐다. 정부는 AI 방역을 위해 ▲과거 AI 발생농가 및 인접농가 ▲철새 도래지 주변 등 위험지역에 위치한 농가 ▲지자체 방역수준 평가결과 방역이 취약한 농가 등을 대상으로 사육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겨울철 오리사육 제한에 따른 손실액을 보전해 주고 있지만 7년에 달하는 겨울철 사육제한으로 피로도가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오리농가는 물론 계열업체 등 관련업계 전방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겨울철 오리농가 사육제한이 늘어나면서 생산·수급이 줄어들어 오리고기 가격 급등이 매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사육제한 외에도 AI 방역 강화조치가 늘어남에 따라 육용오리농가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어 국내 오리시장의 존속에 대한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전국 육용오리 농가는 300가구, 약 585만 마릿수로 지난 3월 443가구, 약 805만 마릿수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리농가가 줄어들면 생산량도 감소한다. 이에 오리고기의 소비자 가격 상승도 이어지면서 최근 정부에서 중요시하는 물가안정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속 가능한 오리산업을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로 하고 있다.

오리 겨울철 사육제한 법제화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고병원성 AI 예방 차원에서 2017년 겨울 처음 시행한 오리농가 사육제한을 7년째 시행 중에 있다. 

사육제한은 AI 발생 지역 및 중점방역관리기구 등 위험지역 내 위치한 오리농가 200호 이상에 대해 매년 겨울철 4개월간 사육을 제한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 27일 농식품부장관이 지자체장에게 겨울철 오리 사육제한을 지시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해 10월 1일부터 시행했다.

고병원성 AI 발생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오리 사육 농가의 겨울철 동안 사육제한에 대한 손실 보상을 제도화한 것이다. 기존의 사육제한은 희망 농가들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아 지원사업의 형태로 사육제한 보상을 실시했다.

이번 법이 개정되면서 장관의 지시로 지자체가 오리농가에 사육제한 명령을 하는 경우 보상금 예산의 50%를 국비로 지원한다.

한국오리협회는 사육제한 법제화 시행이 밝혀짐에 따라 ▲사육 제한 육용오리농가 손실평가액 상향 책정 ▲농식품부 장관 사육제한 지시 외 지자체 차원의 추가적인 사육제한이 시행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 마련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부화장·도축장에 대한 AI 소득안정자금 지침 반영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축종 폐업지원 대상 오리 포함해 사육밀도 완화 통한 AI 예방 도모 ▲사육 제한명령제도 종류 시점 지정 및 해당 기간 오리 농장 방역친화형으로 개편 위한 사업 추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리농가, AI 발생 닭의 9.2배
2003년 국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 후 전체 발생 건수는 약 1286건으로 이중 오리가 662건, 51.5%를 차지하며 전국 닭 사육농가와 오리 농가의 비중을 고려하면 오리에서의 발생비율은 닭의 약 9.2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연도별 첫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축종의 대부분은 오리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도 2023년 12월 3일 전남 고흥 육용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후 1월 25일 기준 30건 중 13건이 오리농장에서 발생했다.

오리협회 연구용역 자료의 전국 오리농장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오리농가 911호의 76.3%인 695호가 하우스형 가설건축물 축사에서 오리를 사육 중이다. 가설건축물 오리 축사에서 AI 발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리는 분뇨의 수분 함량이 높아 바닥에 왕겨를 매일 보충하기 위해 사람과 기계 출입이 잦다. 또 하우스형 축사는 단열이 좋지 않아 별도 육추사에서 새끼오리를 2주 내외로 사육한 이후 축사로 이동시켜야만 하는 사육 구조가 방역이 취약한 이유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는 겨울철 사육제한을 추진하고 있지만 AI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오리협회는 “농가 입장에서는 매년 AI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아직 사육제한에 대해 크게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생산‧공급에 문제가 발생해 오리업계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사육제한보다도 근본적인 방역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휴·폐·전업 오리 농가 증가
오리농장에서 AI 발생이 많은 만큼 AI 방역조치가 강화되고 있어 폐업하는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오리농장에 대한 주요 AI 방역조치사항으로는 ▲육용오리 일제 입식·출하 의무화 ▲출하 후 입식제한기간 14일 준수 의무화 ▲AI 방역지역 새끼오리 입식금지 ▲입식 전 사전 신고·환경 검사, 법정 방역시설 점검 ▲사육기간 중 3회(위험지역 4회) 정밀검사 ▲가금농장 등 방역조치 방법·요령 해정명령 등이다. 

오리협회는 지역별 거리 제한 강화에 따라 신규 축산업허가는 불가능하고 강화되는 방역 조치로 인해 오리농가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연도별 12월 기준 오리를 사육 중인 농가수를 기준으로 보면 2022년까지 지난 10년간 휴·폐업 또는 닭으로 전업하는 오리 농가는 515호(60.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리 도축 마릿수 지속 감소
매년 겨울철 사육제한으로 인해 보상금 예산이 매년 약 100억원이 소요되고 사육제한으로 인한 오리고기 공급량 부족과 가격 폭등 현상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2023년, 2024년 사육제한 농가 수는 약 310호, 1400만수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리협회는 전국적으로 정상 운영 중인 육용 오리농가 수 784호의 41% 수준이며, 2022년 월 평균 오리 도축 마릿수는 약 483만수인 데 이번 사육제한으로 인한 감소량은 2.2개월 생산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살처분 매몰처리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어 AI 발생 시 과도한 예산이 소요돼 매년 지자체가 오리 농가 사육제한을 과도하게 시행해 오리산업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축장 6년간 피해 3500억원
오리협회는 생산량 감소로 매출감소, 고정경비 추가 지출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계열업체에 대한 보상대책이 전무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사육제한에 따른 오리 도축장 6년간 매출감소 피해액 추정은 약 3500억원이다. 특히 지난해 오리 도축장 매출감소 피해액은 약 1218억원, 부화장 1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보상단가는 육용오리는 마리당 845원, 종란은 702원이다. 사육제한 보상에 대해선 오리를 키우면 1000~1500원을 받는데 아쉽다는 농가의 의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오리협회(회장 김만섭)는 오리 소비촉진을 위해 지난해 5월 2일 오리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출처=오리협회)